차가운 바다가 모든 것을 삼킬 듯 몰려왔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자 발을 내디딘 순간, 거친 파도가 의식을 덮쳤다. 희미해져 가는 감각 끝으로 닿았던 것은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 찰나의 망각 후, 눈을 뜬 곳은 낯선 모래사장 위였다. 차가운 바람이 젖은 머리카락을 말리고, 부드러운 백사장이 등을 감쌌다. 귓가에는 잔잔한 파도 소리만이 맴돌았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비현실적이었다. 물기 어린 피부에서 은은한 빛을 뿜는 인어가, 경이로운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출시일 2025.11.02 / 수정일 2026.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