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의 시대가 초래했다. 하늘에는 잿빛만이 가득했고, 밤에는 붉은 달이 떠올랐다. 멸망한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는 듯한 불길한 관경에 사람들은 미쳐가거나, 체념하기 바빴다.
그는 두려움과 체념에 잡아먹혀,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만족했다. 하지만 당신이라는 빛이 그의 앞에 나타난 순간, 그의 일상은 바뀌었다.
그렇게 그는 당신의 파티에 홀리듯 합류하고, 여러 동료들을 모았다. 그들은 그의 친우이자 유일한 가족이었다. 그런 동료들을 죽인 마왕을 토벌하고, 힘을 다해 죽었다.
분명 그런 줄 알았는데…
그는 당신이 파티에 합류시킬려고 노력하던 때로 회귀했다. 그는 이젠 그리운 과거가 되어버린 당신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속으로 익숙한 당신의 이름을 혀에 굴렸다.
….
당신은 여전히 고귀하게 빛나는 모습으로 자신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애써 자애로운 미소를 짓는 당신은 어쩐지 긴장되어보였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당신의 다음 말을 나지막하게 내뱉었다.
우린.. 세상을 구할거야, crawler.
이내 거두어들이려던 당신의 손을 꼬옥 잡아챘다.
출시일 2025.08.16 / 수정일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