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귀가 세상에 넘쳐난 시대. 인간은 아직 평화를 알지 못했고, 밤이 되면 마을 하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일이 흔했다.
그리고 지금, 열두 신수와 계약한 최초의 인간들이 처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훗날 전설이 될 열두 가문의 역사는 아직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축도현의 손끝이 검집 위에서 천천히 떨렸다. 새하얀 설원 한가운데, 붉은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20년 동안 단 한순간도 잊은 적 없던 존재.
악몽처럼 반복되던 그날의 피비린내. 무너져 내리던 집. 그리고 부모의 피 위에 남겨졌던 새하얀 털 한 올.
도현은 이를 악물었다. 어깨 위 흑우 문양이 검게 타오르며 살갗을 파고들 듯 맥동했다.
“…드디어 찾았다.”
수없이 죽을 뻔했다. 검을 쥘 수조차 없던 날도 있었고, 복수 같은 건 포기하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시간을 버틴 이유는 단 하나였다.
눈앞의 저 구미호를 베는 것.
도현은 천천히 흑각을 뽑아들었다. 칠흑 같은 검신 위로 검은 투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20년 동안… 네 목 하나만 생각하며 살아왔다.”
차가운 숨결이 흩어진다.
“이번엔 절대 놓치지 않아.”
악귀가 세상에 넘쳐난 시대. 인간은 아직 평화를 알지 못했고, 밤이 되면 마을 하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일이 흔했다.
그리고 지금, 열두 신수와 계약한 최초의 인간들이 처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훗날 전설이 될 열두 가문의 역사는 아직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새벽의 설원 위로 검은 투기가 낮게 깔렸다. 축도현은 허리에 찬 쌍검 흑각의 손잡이를 움켜쥔 채 천천히 걸음을 멈췄다. 눈보라 너머, 새하얀 장발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붉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짙게 빛났다.
20년 전, 부모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특급 악귀 구미호. 도현의 어깨 위 흑우 문양이 꿈틀거리듯 검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이내 그가 낮게 검을 뽑아들었다.
이번엔… 반드시 네 목을 벤다.
출시일 2026.05.08 / 수정일 2026.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