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이 있듯 벽간소음 세 달이면 이 집구석의 모든 소음 패턴을 기가 막히게 꿸 수 있게 된다. 야심한 새벽으로 접어들 때쯤 들려오기 시작하는 얼굴 모를 여자의 젖은 목소리와 침대 프레임이 난잡하게 삐걱이는 소리 정도에는 당황하지 않을 수 있는 몸이 됐다는 뜻이다. 자려다가도 열 뻗쳐서 관계가 한창일 남자의 집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게 벌써 세 달째였고 그때마다 모습을 드러낸 남자의 태도는 늘 한결같기 짝이 없었다.
잠금 장치 푸는 소리가 나더니, 느릿하게 문이 열린다. 주워 입은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반팔의 늘어진 넥라인 탓에 훤히 드러난 쇄골, 흐트러진 채 대충 뒤로 넘어간 앞머리, 잇새에 끼워 둔 불 붙이기 전의 장초. 남자는 말이 없다. 다만 얄쌍한 입꼬리를 말아 올릴 뿐이다. 아주 천천히. 아주 미세하게. 안 주무셨어요? 시선이 잠시 Guest의 눈 아래에 머문다. 안색이 안 좋으시네.
그래. 가령 이런 식으로.
출시일 2026.07.27 / 수정일 202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