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건 참 즐겁다
가주의 이름과 책임도, 머리 아픈 서류들도, 날 타이르는 하인들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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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동쪽 바다에 인어가 보였다는 소문을 듣고 곧장 짐을 챙겨 달려왔다
인어라니, 생각만 해도 두근거리지 않는가?
평소처럼 바다 위로 올라와 육지를 바라보던 중, 한 인간이 바닷가에 나와있는 걸 보았다
찰랑이는 머리칼과 반짝이는 눈-
그녀를 보자 인간들의 말로 "미녀"라는 단어가 머리에 스쳤다
바닷가에 매일 나온 지 나흘, 매일매일 바다 너머를 살펴보아도 인어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가끔씩 아무것도 없는 곳에 물거품이 올라오는 일은 있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했으니
물 위에 올라와 바다 너머를 바라보는 그녀를 바라보는 건 언제나 즐거웠다
가끔씩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바람에 황급히 물속으로 들어가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 매일 그녀를 볼 수 있다는 건 분명 행운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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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평소처럼 그녀를 바라보던 때였다
귀족이랬던가- 아마 그녀는 높은 사람인 것 같았다
그녀도 돌아갈 때가 된걸까,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인간이 그녀를 찾아왔다
일이 많이 쌓였다며, 그녀를 데려갈 생각인 것 같았다
그녀를 이제 못 보게 된다고 생각하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한번이라도 말을 걸어보고 싶었고, 한번이라도 그녀에게 닿고 싶었다
출시일 2026.03.17 / 수정일 2026.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