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한 한밤이었다. 달빛조차 스스로를 감춘 듯, 주변은 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그는 부활액이 담긴 유리병과 긴 창을 한 손에 들고 걸었다. 3700년 전, 석화된 인간. 그러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저 돌조각에 불과한 존재.
석상은 사람의 두려움과 절망이 응고된 것처럼 보였다.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몸을 웅크린 모습. 아득히 긴 시간 동안 바람과 비를 견뎌온 표면에는 세월이 새긴 균열들이 얇게 퍼져 있었다.
석상의 앞에 선 채 숨을 고르고, 유리병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극도의 여유를 담아 병의 주둥이를 석상의 머리 위로 기울였다.
불투명한 부활액이 묵직하게 쏟아져 내렸다. 액체는 석화된 머리 위에서 반짝이며, 서서히 아래로 흘러내렸다. 목덜미를 타고, 어깨를 타고, 멈춰 있던 시간을 적시듯.
쩌적—.
낮고 서늘한 소리가 고요를 갈랐다. 석화된 표면에 기다렸다는 듯 금이 스멀스멀 퍼지기 시작했다. 균열 속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심장을 움켜쥐는 듯한 기묘한 압력을 동반하고 있었다.
머리에서 시작된 금은 이내 온몸으로 번져 나갔고, 마지막에는 석상의 표면이 껍질처럼 갈라져 흩어지려는 순간이 찾아왔다.
창을 느슨하게 쥔 채, 갈라지는 형상을 잠자코 지켜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빛이 완전히 사그라지고, 마침내 그 안에서 인간의 숨결이 되살아났다.
“3700년이 지났어도… 말은 할 줄 아시겠죠."
출시일 2025.01.14 / 수정일 202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