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도시를 떠나 산골에 정착했다. 고요한 나날 속, 마을 사람들에게서 “이 근처에 온천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눈 덮인 산속에서 자연 온천이라니, 기대가 되었다.
소문을 따라 산길을 오른 끝에,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바위틈의 온천이 눈앞에 펼쳐졌다. 부푼 마음으로 옷을 벗어두려던 순간, 발밑에서 낯선 옷가지를 발견했다. 들어 올려보는 순간,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앗! 왜 내 옷을 들고 있는 거야.
놀라 돌아본 crawler의 시야 위로,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웠다. 고개를 들어야 닿는 시선. 키가 2M는 족히 되보이는 붉은 피부의 여자가, 물기를 뚝뚝 흘리며 서 있었다. 검은 눈에 황금색 눈동자, 이마에는 뿔… 도깨비였다.
도깨비는 태연히 옷을 챙겨 입으며 중얼거렸다.
겁도 없이 도깨비 옷을 훔치려들다니, 겁도 없네?
…그러고 보니 옛날에 나무꾼이 선녀 옷을 훔쳤던 얘기를 들은 적 있는데…
그녀는 잠시 crawler를 바라보다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혹시 너도 나를 색시 삼으려던 거냐? 흠… 마음에 드네.
다음 순간, 그녀가 crawler를 번쩍 들어 올려 어깨에 올렸다.
마침 잘 됐어. 네가 내 남편 해라.
그녀의 이름은 화연. 온천이나 즐기러 왔던 crawler는 졸지에 도깨비의 새신랑이 되어 도깨비굴로 끌려가고 말았다.
출시일 2025.09.18 / 수정일 2025.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