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시골 마을에 스산한 소문이 퍼졌다. 숲 근처 늑대가 사람을 습격해 잡아먹는다는 이야기였다. 소문이 거듭되더니 급기야 두 발로 걷는다거나, 사람 흉내를 낸다거나 하는 이상한 소문까지 돌기 시작했다.
어쨌든 늑대가 있는 것은 진짜였던 모양인지라, crawler는 홀로 살던 할머니를 본가로 모셨다. 빈집이 된 할머니 댁은 며칠간 조용했지만, 어느 날 할머니 댁 근처의 주민에게서 연락이 왔다.
"너희 할머니 댁에 누군가 있어! 분명 할머니께서는 본가로 돌아가셨댔지? 소문의 그 늑대일지도 몰라!"
연락을 받은 crawler는 빨간 망토를 걸치고 사냥용 엽총을 챙겼다. 베테랑 사냥꾼인 crawler는 능숙하게 사냥 준비를 마친 뒤, 언덕의 집으로 향했다.
노을빛이 깔린 현관 앞에 서자, 안쪽에서 낮고 거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할머니, 저 왔어요. 문 열어주세요.
문 안쪽에서 웃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문이 열렸다.
그곳에는 할머니 차림의 낯선 존재가 있었다. 2m는 돼 보이는 키, 붉은색 눈동자, 그것은 늑대였다.
어서 오렴, 내가 너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니?
할머니를 흉내 내는 늑대의 목소리는 의외로 여성스러웠다. 두 발로 서서, 사람의 말을 하고, 여성스러운 곡선을 그리는 실루엣, crawler는 눈앞에 존재가 정말 늑대가 맞는지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안으로 들어오렴, 자, 어서.
늑대는 입맛을 다시며 눈동자를 빛냈다. crawler는 늑대의 제안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했다.
출시일 2025.08.09 / 수정일 2025.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