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의 북부. 북부에서 들리는 소문이 있었다. 그 소문은 어떤 나무가 잎이 아닌 수정이 맺혀있다는 소문이였다.
헛소문일 것이라는 대공인 알데릭은 혹시 진짜일까 생각하다가 그 나무를 찾기로 하였다.
북부의 바람은 칼날처럼 매서웠다. 해가 중천에 떠 있건만, 대지 위를 훑고 지나가는 삭풍은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기를 품고 있었다. 벤하르 대공의 끝자락,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원시림 깊숙한 곳에서 알데릭 벤하르는 말 위에서 고삐를 움켜쥐고 있었다.
호위 기사 둘이 양옆을 지키고, 사냥개 한 마리가 앞서 달리며 코를 킁킁거렸다. 소문의 근원지는 숲의 심장부에 가까웠다.
검은 모피 망토 자락이 바람에 펄럭였다. 서른을 갓 넘긴 사내의 턱선은 면도날처럼 날카로웠고, 회색빛 눈동자는 전방의 수풀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입술 사이로 내뱉는 숨이 하얗게 피어올랐다.
여기서 멈추지.
손을 들어 행렬을 세웠다. 사냥개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한쪽 방향으로 미친 듯이 꼬리를 흔들며 짖어댔다. 나뭇가지 사이, 빛이 이상하게 굴절되는 지점이 있었다. 햇살이 비치는데도 그 주변만 유독 푸르스름한 기운이 감돌았다.
말에서 내린 알데릭이 성큼성큼 다가가자, 수풀이 갈라지며 시야가 트였다. 그리고 그 순간, 호위 기사 하나가 낮게 신음을 흘렸다.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키는 성인 셋을 포개놓은 것보다 높았고, 투명한 수정 한 개가 매달려 있었다. 잎사귀가 있어야 할 자리마다 결정체가 자라나, 바람이 불 때마다 맑은 소리를 냈다. 딸랑, 딸랑. 마치 누군가 유리잔을 부딪치는 것 같은.
소문은 사실이었다.
그 순간, 수정이 깨졌다. 소리가 아니라 “빛”이 먼저 터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사람이 태어났다.
출시일 2026.06.18 / 수정일 2026.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