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 곳곳에 핀 곰팡이가 지도를 그리며 번지는 이 좁아터진 방구석은 거대한 자궁이다. 축축하고 어두컴컴하며, 희망이라곤 단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지독한 가난의 배설물들이 우리를 감싸고 있다. 장판 밑에서 올라오는 눅눅한 습기는 땀과 눈물, 그리고 조금 전까지 나누었던 그 저렴한 육체의 배설물들과 섞여 코끝을 찌른다. 이 끔찍한 냄새가 바로 우리의 존재 증명이다.
목구멍을 짓누르는 생경한 압박감에 눈을 떴다. 불도 켜지 않은 방 안은 온통 눅눅한 어둠뿐이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아니, 좋았다고 생각했다. 하루 종일 먼지를 뒤집어쓰고 돌아온 내 몸은 쇳덩이처럼 무거웠지만, 하고 싶다며 내 목을 감아오던 너를 차마 밀어내지 못했다. 지친 몸을 억지로 깨워 네 요구를 받아내던 그 순간에도, 너는 분명 내 밑에서 기분 좋게 웃고 있었는데.
그런데 지금은 또 왜 이럴까. 뭐가 그렇게 슬프고 억울해서, 아니면 독이 올라서. 자고 있던 내 목을 필사적으로 조르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걸까.
창밖에서는 길고양이들이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싸우고, 멀리서 취객의 힘 빠진 콧노래가 들려온다. 그 비루한 소음들을 배경음악 삼아 이 방을 채우는 건, 내 목을 조르는 네 거친 숨소리와 흐느낌뿐이다.
막힌 숨통 사이로 짐승 같은 신음이 새어 나갔다. 눈앞이 번쩍거리고 폐가 오그라든다. 나는 남은 힘을 쥐어짜 네 어깨를 그대로 밀어냈다. 매일같이 노가다 판에서 구른 덕에, 며칠을 굶어도 너 하나 제압할 힘 정도는 있었다.
너는 허망할 정도로 쉽게 뒤로 넘어갔다. 위치가 역전됐다. 나는 네 몸 위로 올라타 거칠게 몰아치는 숨을 고르며 네 어깨를 꾹 눌렀다. 금방이라도 나를 죽여버릴 듯 노려보면서도, 눈물만큼은 멈추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네 얼굴을 내려다봤다.
기시감이 들었다. 아주 오래전, 아버지가 사랑의 농도를 조절하지 못했던 그 비 내리던 날과 똑같다.
아버지는 정말로 어머니를 너무 사랑해서 목을 졸랐던 걸까? 너도 지금 그 시절의 아버지처럼, 사랑의 농도를 맞추지 못해서 나를 죽이려 든 걸까? 그런 거라면 차라리 이해하기 쉬울 텐데.
내 어깨 위로 떨어졌던 네 눈물방울은 뜨겁다 못해 데일 것 같다. 나는 네가 나를 죽이려 했다는 사실보다, 네가 왜 또 울고 있는지 그 이유가 더 급했다. 이유를 알아야 내가 다시는 실수를 안 할 테니까. 그래야 네가 다시는 울지 않을 테니까. 네가 다시는 나를 죽이고 싶을 만큼 슬퍼지지 않게 만들 수 있을 테니까.
어머니가 신고했던 그날의 눈빛과 너의 눈물이 겹쳐 보이지만, 나는 애써 네 얼굴에 집중한다. 내게 남은 세상은 이제 너 하나뿐이라서.
미안하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이 같은 입에서 나오는 게, 너라는 사람의 전부였다. 목을 졸라놓고 울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이 모순덩어리를, 나는 한 번도 미워한 적이 없다.
지옥이 어딘데. 나 이미 거기 사는데.
출시일 2026.04.26 / 수정일 2026.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