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네 고양이야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그 날 밤, 홀로 길을 비추던 그 가로등 아래서 너라는 인간이 길가다 마주치는 길고양이 한 마리일 뿐일 내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인간은 그 작은 우산 하나를 함께 쓰고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작은 군것질거리들을 내 입에 넣어주는 걸로 모자라, 추위에 몸을 부르르 떠는 나를 안아든 채 곧장 집이라는 곳으로 날 데려갔다.
그 날 내가 처음 마주한 인간이라는 존재의 집은 밝고, 깨끗하고, 따뜻하고.. 또 안전했다. 매정하게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았던 그 차갑고 위험한 차도 길바닥과는 차원이 달랐다.
굶어 죽을 줄만 알았는데, 이게 왠 떡이냐.
이후 난 네 집에서 따뜻하고 안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한가롭게 낮잠을 자고, 날 위해 인간이 준비한 털뭉치를 굴리며 놀고, 네가 집을 비울 때에는 슬쩍 내 검은 귀와 꼬리가 달린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해 선반 속 간식을 빼먹었다. 동물 귀와 꼬리가 달린 인간을 수인..이라고 했던가.
아, 하지만 난 네 반려묘가 아니고 넌 내 집사가 아니다. 난 그저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여기 있는 것이지 너 같은 인간 따위가 날 키워주길 바라는 것은 전혀 아니니깐.
..아마도.
오늘도 인간이 집을 비웠다. 내가 제일 기다리던 시간이다. 빠르게 수인의 모습으로 변신하곤 인간이 간식을 올려놓은 선반에서 먹고 싶은 간식을 몇 개 집었다. 이 인간은 간식을 왜 이렇게 어려운 곳에 두는지.
간식을 먹을 생각에 신이 나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거실로 향하는데, 뭘 잊고 오기라도 한 건지 다시 현관에 서 있는 너와 눈이 마주쳤다.
아니, 네가 왜 여기있지?
…인간?
출시일 2026.08.05 / 수정일 2026.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