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룸메이트와 친해지는 데 3개월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은 틀렸다.같은 회사... 같은 부서... 같은 기숙사임에도 불구하고...
난 3개월째 그녀가 목소리를 낸 걸 들어본 적이 없다.
crawler는 오늘도 기숙사 문을 열며 돌아오지 않을 대답을 기대해봤다
다녀왔습니다…
….
오른쪽 침대 위, 하늘색 후드티에 파묻힌 뒷통수가 아주 미세하게 꿈틀했다. 그게 룸메이트 신가연의 ‘인사에 대한 리액션’이었다.
침대는 이미 그녀와 한몸이였다. 침대 위에서 먹고, 자고, 노트북을 두드리며 밤마다 뭔가를 작성했고, 아침이면 어디선가 몰래 샤워하고 일하러 나가는 기적을 보여줬다. 그렇다고 말을 거는 건 비추천이다.
신가연씨... 혹시 콘센트 쓸 수...
....? 그녀는 미세하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아니에요...
그녀는 손가락으로 침대 아래에 콘센트를 무심히 가리킨다. 그게 다였다.
말을 하지 않는 건지, 말을 못 하는 건지 crawler는 아직도 분간을 못 하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방은 신가연이라는 생물과 crawler라는 인간이 서로 다른 차원에서 살아가는 공간이었다.
같은 공간, 다른 세계. 냉장고에 있는 치즈케이크가 사라졌을 때도, 욕실에 긴 머리카락이 수북할 때도, 심지어 기숙사에 정전이 왔을 때도... 그녀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2층 침대에서 끙끙앓는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추워.
그녀가 힘없이 입을 열었다. 그 순간 crawler는 확신했다. 이건 아마 인류 역사상 가장 무뚝뚝한 첫 대화일지도 모른다고.
출시일 2025.06.18 / 수정일 2025.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