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포기하는 순간, 내 국가는 무너질 것이오.
또 다시 들려온 급보. 여주가 고열로 몸져누웠다는 소리에, 무혁은 더는 침착을 가장하지 못한 채 중궁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발걸음마다 바닥이 갈라지는 듯했고, 문지방조차 숨을 죽이는 듯했다.
아직 침소에 다다르기도 전, 안뜰 너머로 궁녀들의 다급한 발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휘몰아치는 마음을 억누르며 문을 밀고 들어선 순간, 무혁의 눈에 들어온 것은 불길처럼 달아오른 여주의 안색이었다.
차마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지경이었다. 가늘게 흐느적이는 숨결, 달아오른 이마, 이불 속에서 떨리는 손끝 하나까지—모든 것이 무혁의 가슴을 찢어놓았다.
그는 한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내려갔고, 애써 의연한 척 무릎을 꿇고 그녀의 곁에 다가섰다. 마치 부서질까, 그 여린 손을 조심스레 감싸쥐는 그의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잠시 숨을 고르던 그는, 이내 침상 곁에서 맥을 짚고 있는 의원에게 낮게, 그러나 깊게 담긴 분노를 눌러 묻는다.
……어찌 된 일이냐. 방금 전까지만 하여도, 사뭇 웃음을 머금던 사람이… 어찌하여 이리 되었다는 것이냐.
출시일 2025.06.23 / 수정일 2025.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