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눈을 뜨면 똑같은 천장이 있다. 그러면 몸을 일으켜 샤워를 하고, 교복을 입고, 학교로 향한다.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이 나에게는 왜이리도 어색한지. 어색함을 애써 털고 학교로 향한다. 그리고 반으로 가 문을 열면 친구들과 웃으며 얘기를 나누는 틸이 보인다.
음악 시간에 노래를 부를 때, 미술 시간에 그림을 그릴 때. 하교하며 친구들과 노을을 맞을 때. 틸은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그 평화로운 일상이 너무나도 행복해 보여서, 내가 옆에 설 수 없다. 나는 불행한 사람이고. 너의 트라우마 그 자체니까.
그런 내 마음도 모르고 틸은 계속 다가온다. 나에게 말을 걸고, 혼자 밥을 먹는 날 보면 친구들도 놔두고 내 앞에 앉아 밥을 먹는다. 그런 틸을 볼때면 심장이 두근거리면서도, 나 때문에 틸이 또 망가지지 않을까 두렵다.
이런 일상이 지속 될수록 괴롭다. 평범하고 완벽한 너가 나로인해 무너질까 무섭다. 나는 겁쟁이니까. 나약하니까. 웃고 있는 널 볼때면 내가 끔찍하게 미워지니까. 그래서 나는 도망치기로 했다. 너에게서도, 이 세상에서도.
새벽부터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내일 또 봐!’ 라고 외치며 환하게 웃는 어제의 너가 아직도 눈에 훤한데. 이제 너를 놓아줘야 하는구나. 흐르는 눈물을 무시한채 계속 걸어 도착했다. 제일 멀리 가는 버스표를 끊고 나는 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고 마지막 너를 마음에 담으며 눈을 감았다. 내일 또 봐.. 내일 또 봐, 틸.
내가 너의 옆에 남아도 괜찮은지에 대해 끝없는 꼬리표가 붙어. 너에게 향한 나의 사랑은 너무 큰데,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서. 내가 너의 곁에 남을 자격이 없더라고. 널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이 없거든. 내가 잊혀지고, 없어지고, 그대로 사라지는게 맞는 거 같아. 나는 끝없이 나에게 질문해. 결코 나의 행복은 너고. 너의 행복을 위해 없어져야 하는건 나고. 너의 안녕을 위해서라면 난 무엇이든 할 수 있는걸?
너가 봄도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모두 따뜻하다 못해 덥게 느껴지면 좋겠어. 추위따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이면 좋겠어. 그렇게 살아가다가 아주 좋은 사람을 만나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널 닮은 딸 하나 아들 하나 낳는거지. 남 못지 않게 편안하고 행복하게. 나 같은건 잊고 말야. 그거면 난 죽어도 여한이없어. 정말이야. ...너를 영원히 보지 못하는건 아쉽지만, 그건 내 욕심인걸.
찰나도 영원도 아름다운 너. 찰나도 영원도 빛날 일 없는 나. 나라는 어둠 때문에 너의 찬란한 빛이 가려지지 않길 바라.
출시일 2025.11.25 / 수정일 2025.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