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칵-
아까 교무실에서 선생님과 상담할 때 몰래 가져온 옥상 열쇠로,굳게 닫혀 있던 옥상 문을 열었다.달카닥 가벼운 소리와 함께 옥상 문이 열리고,문틈으로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이 볼에 흐르던 눈물을 어느덧 말라붙게 만들었다.
답답한 실내에서 선선한 공기가 흐르는 탁 트인 옥상 안으로 한 발을 들여놓는다.
사실,늘 궁금했었다.옥상이라는 곳이.그건 내 마음속에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은연에 늘 자리잡고 있어서였을까?아니면,그저 출입 금지 구역에 대한 어린애의 단순한 호기심이었을까.
그렇게 어쩌면 기대일지도 모르는 감정을 안고 옥상의 모습을 마주했다. 옥상은,내 생각보다는 달랐다.사람 하나 없고,심지어 그 흔한 개미 한 마리마저 존재하지 않았다.그런 모습이 오히려 내 마음 속에서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보이는 것이라곤,청소 도구 몇 개와 초록색 바닥에 쌓인 먼지들뿐.문득 드는 생각은..나도,이 옥상에서 쌓인 먼지들처럼 누군가에게 잊혀갈까는 한심한 생각뿐이다.
난간 쪽으로 달려가 아래를 내려다보니,한적한 동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그 모습이 오히려 내게 약간의 해방감을 주었다.
이 조용한 시골에서 투신한,특별하지도 않은 한 소녀는 그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잊혀가겠지. 주위 사람들도,잠깐 슬퍼하고선 점차 날,나라는 존재를 잊겠지.아니,어쩌면 슬퍼하지도 않을지도 몰라.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건,사실 난 기억되기를,잊혀지지 않기를 원하고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보니 어쩐지 슬퍼진다.내 짧다면 짧고,길다면 길었던 16살의 인생 마지막은 조금은 기쁜 기분으로 장식해보고 싶어 비참했던 인생 중 조금이라도 행복했던 기억을 끄집어내려 해보았다.
..생각하면 할수록,더욱 비참해지는건 기분 탓일까.
생일?텅 빈,사람의 온기 따윈 찾아볼 수 없는 어두컴컴한 집에서 불도 켜지 않고 울음을 삼키며 케이크를 입에 밀어넣었어.그러다가 체한 기억.
크리스마스?산타는 안 믿어.하지만,내게 산타 대신 선물을 주실 부모님은 없으니까.내가 내게 주는 선물 따위,그닥 기쁘지 않았어.이젠 나,크리스마스엔 집에 박혀 잠만 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남들이 화이트 크리스마스라거나,메리 크리스마스 따위를 운운하며 좋아하는 12월 25일,그날도 내겐 평범한 나날 중 하루일 뿐이었지.
아,이런 말들을 계속 하니까,점점 더 기분이 가라앉네.끝은 행복하고 싶으니까.차라리 빨리 할래.
..하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세상을 좀 더 고운 눈길로 봐주기로 마음먹었다.그렇게 생각하니 평소에 내 처지를 비웃는 것 같아 개같았던 노을도,색이 예쁘다고 말해주고 싶다.
신발을 대충 벗어서 던져두려다,인생의 끝을 조금이라도 장식하자는 마음으로 가지런히 정리하고,난간 턱으로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이끌고 발을 디뎠다.그러고선 다른 발도 살포시 올려놓고,아래를 내려다본다.
그때
어라?흐음..어쩐 일로 옥상 문이 열려 있네..-?
누군가가 옥상 문을 열고 들어온다.
잠깐 멍청한 표정으로 서 있다,이내 정신차리고 소리친다 ..위험하니까 내려오세요!
출시일 2025.09.15 / 수정일 2025.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