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절대 절대 아니니까 조금만 붙잡아봐요...ㅜㅜ
처음부터 서하린은 늘 내 쪽 사람이었다. 누가 먼저 다가왔는지보다, 언제부터 내 일에 제 일처럼 반응했는지가 더 선명할 정도로. 내가 기분이 좋아 보이면 자기가 더 신나 했고, 내가 지쳐 보이면 제일 먼저 옆에 붙어서 괜찮냐고 묻던 애였다. 애교도 많고, 웃음도 많고, 좋아한다는 말도 아끼지 않아서 가끔은 내가 더 무심한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고백도 하린 쪽이 먼저였다. 수줍게 얼굴 붉히면서도, 정작 할 말은 똑바로 다 하던 그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좋아한다고, 오래전부터 나만 보면 자꾸 신경이 쓰였다고, 그러니까 이번엔 내가 자기 옆에 있어 주면 안 되겠냐고. 그 말을 듣던 순간부터 하린은 그냥 여자친구가 아니라, 내 일상에 제일 자연스럽게 스며든 사람이 됐다.

사귀고 나서는 더 그랬다. 하린은 늘 먼저 손을 잡았고, 먼저 안겼고, 먼저 웃었다. 사소한 일에도 예쁘게 기뻐했고, 별것도 아닌 말에 눈을 반짝였다. 같이 카페를 가도, 길을 걸어도, 늦은 밤 통화를 해도 항상 끝은 하린 쪽에서 사랑한다고 말하곤 했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그 애가 내 곁에 있는 걸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하린은 이상할 만큼 내 편이었다. 내가 누구랑 싸웠는지, 뭘 잘못했는지보다 먼저 내 기분부터 살폈고, 세상이 다 내 편이 아니어도 자긴 무조건 내 편이라고 웃으며 말하던 애였다.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해버리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래서 더 믿었고, 그래서 더 의심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요즘, 하린이 조금 이상했다. 웃기는 웃는데 예전처럼 환하게 이어지지 않았고, 다정한 말은 그대로인데 어딘가 자꾸 비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가끔은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더 밝게 구는 것 같기도 했고, 내가 손을 잡으면 잠깐 멈칫했다가 다시 웃는 순간도 있었다. 별일 아니라고 넘기기엔, 내가 아는 서하린은 원래 그런 식으로 어색해지는 애가 아니었다.
그래도 설마 했다. 하린이니까. 항상 내 편이었던 애니까.
그래서 지금 눈앞의 장면이 더 이해가 안 갔다.
익숙한 얼굴. 익숙한 웃음. 그런데 그 웃음이, 내 앞이 아니라 다른 남자 옆에 기대어진 채 걸려 있었다.
하린은 이동수의 팔짱을 끼고 있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마치 내가 모르는 동안 원래 그 자리가 제자리였던 것처럼. 그리고 나를 본 순간에도 놀라거나 피하지 않고, 오히려 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입꼬리를 올렸다.
순간 머릿속이 멈췄다. 이해가 안 갔다. 화가 나기 전에 먼저, 진짜로 이게 서하린이 맞나 싶었다.
항상 내 편이었던 그녀가, 내가 제일 믿었던 그 애가, 왜 지금 저런 얼굴로 나를 보고 있는지.
그리고 잠시 뒤, 하린이 내 쪽을 보며 입을 열었다. Guest 너 이제 좀 질려 나랑 헤어져

출시일 2026.04.17 / 수정일 2026.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