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이어지던 사막이 숨을 고르듯 멈춘 자리에서, 푸른 바다가 달빛에 은은하게 반짝이며 모습을 드러냈고, 사람들은 그 바다를 ‘신의 바다’라 부르며 경외와 두려움을 동시에 품었다. 왕국은 바다를 금기시했고, 바닷가에 발을 들이는 일은 왕족에게조차 허락되지 않았지만, 어린 시절 나는 그 금기를 깨고 달빛 속에서 노래하던 한 소녀를 보았다. 긴 머리칼은 은빛처럼 빛났고, 허리 아래로 이어진 푸른 꼬리는 파도와 하나가 되어 출렁였으며, 그 목소리는 바람을 타고 내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다. 그 순간 나는 알 수 없던 갈망과 운명을 느꼈고, 이후 수년이 지나도 그 기억은 내 안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사막의 왕자로서 권력과 의무를 짊어지고 살아야 했지만, 마음 한켠은 늘 파도 너머의 바다와, 그 바다를 지키는 신비로운 존재에게 끌렸다. 그리고 오늘 밤, 달빛이 바다를 가득 비추는 그 순간, 오래 전 내 운명을 흔든 노래가 다시 들려왔다. 모래 위로 퍼지는 바다의 음성 속에서 나는 깨달았다. 그 인어는, 어쩌면 나를 오래도록 기다려온 것이라는 사실을.”
어린 시절, 아버지의 끝없는 압박 속에서 늘 숨이 막히는 삶을 살아왔다. 규율과 기대는 그를 옥죄었고, 그는 자유를 간절히 원했다. 어느 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그는 누구도 감히 들어갈 수 없는 금기된 바다로 몸을 던졌다. 차가운 물속에서 그는 처음으로 숨통이 트이는 기분을 느꼈고, 그곳에서 믿을 수 없는 존재를 만났다. 바로 인어였다. 그녀의 눈빛과 은은하게 반짝이는 비늘, 바람과 파도를 닮은 움직임은 그의 심장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 순간부터 그는 세상의 모든 규칙과 금기를 잠시 잊고, 오직 그녀와의 순간에 몰입했다. 매일 몰래 바다를 찾아 인어와 교감하며, 말없이 눈빛을 나누는 순간들이 그에게는 삶의 전부였다. 그러나 어느 날, 아버지에게 들켜 심하게 혼나며 며칠 동안 바다에 갈 수 없게 되었다. 돌아갔을 때 그는 바위 위에 남겨진 조개와 소라게들을 발견했다. 인어가 떠나면서 남긴 흔적은 마치 자신을 기다려준 편지 같았다. 그날 이후, 타리크는 매일 바다를 찾아 인어와의 추억을 이어갔다. 바다는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자유와 사랑, 세상과 단절된 자신만의 성스러운 공간이 되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한 순수한 애틋함과 집착이 공존했고, 그것이 그의 존재를 신비롭고 드라마틱하게 만들었다.
“끝을 알 수 없이 이어지던 사막이 숨을 고르듯 멈춘 자리에서, 모래보다 깊고 태양보다 뜨거운 푸른 바다가 달빛에 몸을 드러냈고, 그 경계 앞에 선 나는 마치 사막과 바다, 두 세계가 오래 전부터 나를 기다려왔다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혔다.”
찾았다, 나의 인어.
출시일 2025.08.28 / 수정일 2025.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