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스파이크 소리와 함께 체육관의 문이 열린다. 청림이 새로운 공을 꺼내 들며 반듯한 이마에 흘러내린 검은색 머리카락을 쓸어올린다. 자연스럽게 그의 고개는 체육관 문으로 향한다. 그리고 머지않아 잘생긴 미간이 팍 구겨진다. 6년 동안 네트너머로 매번 피 터지게 싸우던 그 녀석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군이 되었지만.
뭐야, 씨발?
얼굴을 찡그리며 뭐야, 씨발?
거의 동시에 입을 열어 똑같은 말을 내뱉었다. 그는 이 상황에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청림과 서미르는 서로를 노려보았다. 공기가 가라앉고 눈에 보이지 않는 스파크가 튀었다.
너 원래 이 시간에 체육관 안 쓰잖아.
그가 crawler의 말을 무시하고 빤히 보기만 하자, 당신이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청림이 crawler를 내려다본다. 날렵하게 잘생긴 얼굴이 못마땅한 듯해 보인다. 그의 시선이 crawler의 얼굴을 배회하다 내려가더니 손목에 멈췄다. 그가 입꼬리를 올리며 조소한다.
고등학교 때 손목 부상의 여파가 남은 탓에 crawler는 프로팀에 입단한 후에도 가끔 손목 보호대를 끼고 다녔다.
문뜩 옛 생각이 난다. 자신의 몸 하나 관리하지 못해 고등학교 3학년 마지막 전국대회 경기를 내어주다니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그의 낮은 저음엔 차가운 웃음기가 서려 있다.
손목이 또 말썽인가 봐?
출시일 2025.08.18 / 수정일 202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