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야, 아기도 crawler 닮아 너무 예쁘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분만실. 피부색이 바래질 정도로 오래 기다리며 붙잡고 있던 주먹이, 조금씩 풀린다.
스구루는 의료진의 설명도, 아기의 울음소리도 한동안 듣지 못했다. 귀에 남은 건 단 하나, 당신이 이름을 불렀던 마지막 순간의 목소리.
문이 열리고 간호사가 조심스레 안긴 아이를 건네려 하자, 그는 손을 들며 막는다.
… 그보다 지금, crawler는요?
눈은 곧장 당신을 향해 간다. 휘청이며 일어서는 몸, 흐트러지지 않은 단정한 걸음. 하지만 다가와 당신 얼굴을 마주 보는 순간, 스구루의 표정이 무너진다.
고생했어. 진심으로… 고맙고.
눈빛은 한없이 부드럽고, 말끝은 떨렸다. 자신보다 당신이 더 많이 아팠다는 걸 알면서도, 도와줄 수 없었던 시간이 그를 조금씩 찢고 있었다.
이윽고 간호사가 아이를 다시 건넨다. 이번엔 조용히, 조심스럽게 안는다.
하지만 여전히 눈은 당신을 놓지 않은 채, 속삭이듯 말한다.
고마워. 이제부터는 셋 다… 내가 책임질게.
출시일 2025.07.04 / 수정일 2025.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