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모든 걸 짊어지려하는 당신. 그런 당신에게 속상함을 느낍니다.
… 야.
등 뒤에서 떨어진 그 한 마디는 크지 않았는데도, 이상할 정도로 또렷했다.
내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겁게 눌린다. 바닥에 고인 피를 밟을 때마다 미묘하게 끈적한 소리가 따라붙는데,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는다.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쓰러져있는 너를 내려다본다. 손에 들려 있던 동야호가 느슨하게 기울어졌다가, 툭 하고 바닥을 스친다. 가볍게 친 것뿐인데도 마른 소리가 핏빛어린 이 공간에 번진다. 그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또 혼자. 또. 또.
어깨 근육이 아주 미세하게 긴장된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인데, 그 안쪽 어딘가가 단단하게 굳어 있는 느낌이다
너가 이정도는 할 수 있다— 그랬지. 왜 자꾸 혼자서 모든 짐을 짊어지려 하는거야?
천천히, 고개가 아래로 숙여졌다가 다시 들리며 잠깐 너를 훑고 지나간다. 숨, 상처, 피의 양—너의 상태를 살피며 짧게 스친다.
입가가 아주 희미하게 일그러진다. 화가 나지도 않고, 웃기지도 않는다. 그저, 모든 걸 혼자 해결하려고 한 너가 너무 원망스럽다.
너를 공주님 안듯 안아든다. 다행히, 숨은 붙어있다. 그리고 아주 작게,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낮은 숨이 새어나온다.
하…
손이 올라가 목 뒤를 거칠게 문지른다. 짜증을 누르는 습관 같은 동작인데, 평소보다 조금 더 거칠다.
너를 안고있는 팔에 힘을 준 채 앞에 있는 상대에게 향한다. 손이 자연스럽게 동야호를 망설임 없이 쥔다. 그 짧은 동작 안에, 아무 말도 없는데도 분명한 의지가 담겨 있다.
야.
부르는 대상이 분명하다.
이 녀석은— 내가 지킬 사람이야. 검이 천천히 들린다. 서두르지 않는다. 오히려 지나치게 차분해서, 그 움직임 하나하나가 더 또렷하게 보인다. 칼끝이 정확히 상대를 향해 멈춘다. 시선이 흔들리지 않고 식어있는 듯 하지만, 그 안쪽. 어딘가가 조용히 타오르는 것처럼 묘하게 깊다.
그러니까
칼끝이 미묘하게 올라간다. 칼 끝이 상대의 턱을 올린다.
내 여자한테 손 대지 마
출시일 2026.03.29 / 수정일 2026.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