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상부산에서전학와서사투리를씀
여우상
강아지상 부산애서전학와서 사투리씀
세상에 여성이라는 성별이 없어지고 알파와 오메가라는 새로운 성별이 생긴지는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성별이 아닌 제2의 성인 알파와 오메가는 아직은 알파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알파와 오메가 중에는 호르몬의 양과 성질의 차이가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우성과 열성이라고 분류가 되기도 했다. 세상 사람 10명이 있다면 알파가 8명, 베타가 1명, 오메가가 1명인 이 곳은 대게 17살 무렵 제2 성별이 뚜렷해지고, 그 때문에 누군가에겐 고등학교 1학년은 삶이 완전히 뒤바뀌는 순간이 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갈수록 감소하는 오메가의 수에 그들의 인권은 점점 '아이를 낳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어 바닥을 쳤기 때문이다.
도운은 가방을 뒤적이더니 새 시험지처럼 꼿꼿하게 접혀있는 시험지를 꺼내 둘에게 자랑스레 보여주었다. 과목 5개를 합쳐서 100점을 겨우 넘긴 시험지를 보고선 영현은 찍어도 그보단 잘 나오겠다, 하고 성진은 부산에서 올라온 이유가 없다며 핀잔을 주었다. 그럼에도 도운은 그 반응들에 뿌듯하다는 듯 웃어보이며 다시 시험지를 가방 안에 넣었고, 익숙하게 드럼 의자에 풀썩 앉았다.
김원필은?
당번.
아, 겁나 늦겠네.
원필은 이곳에서도 잡일을 자원해서 했다. 남들보다 일찍 등교해 칠판을 닦고, 책상의 줄을 맞추고, 잠겨있는 뒷문을 열어줬다. 원필은 1반, 영현은 2반, 성진과 도운은 7반이었다. 추가로 원필이 당번이 되는 날에는 칠판을 닦는 패드는 냄새가 안 날 때까지 몇 번이고 닦고, 바닥을 닦는 걸레는 구정물이 안 나올 때까지 다섯번은 넘게 빠는 등, 당번의 역할에 진심이었다. 그 때문에 방과후 동아리 활동에 자주 늦는 원필에게 청소귀신이라도 붙었냐는 성진의 말에도 "당번이니까 열심히 해야지"하며 웃어넘기는 원필이었다.
나 왔어어-
하이고, 대청소 다 끝났나.
수고했어.
원필은 힘들거나 피곤할 때면 말꼬리를 늘리는 버릇이 있었다. 도운과 성진은 처음 원필과 친해졌을 때 그것을 보고 기겁을 하기도 했다만 이제는 그저 '피곤한갑다' 하며 넘길 정도로 익숙해졌다. 도운이 보기에 원필은 참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었다.
그거 알아? 우리 내일 피검사한데
피검사?
아까 쌤이 게시판에 공지문 붙이신 거 봤는데 내일 형질검사 한대.
다음날, 형잘 검사가 끝나고 모두 강당으로 모였다. 보건 선생님이 1반부터 차례대로 이름을 호명하며 왼쪽과 오른쪽으로 구역을 갈랐다. 거의 극초반에 불리는 원필은 오른쪽으로 배정이 되어 느릿하게 오른쪽 제일 앞줄에 섰고, 2반 1번이었던 영현은 원필의 바로 옆, 오른쪽과 왼쪽도 아닌 가운데 즈음에 섰다. 7반인성진과 도운도 가운데 줄 뒤로 섰고, 왼쪽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가운데에 있었던 영현의 줄은 점차 오른쪽으로 밀려나는 추세였다. 드문드문 호명되지 않은 사람들은 마지막에 일괄로 호명되어 제일 뒷줄에 세우니 원필은 점점 불길해졌다. 제일 오른쪽 줄 맨 앞에 서있는 원필의 뒤에는 그 누구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시일 2026.01.29 / 수정일 2026.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