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찢는 굉음과 함께 유리 파편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제기랄. 영현은 한숨을 삼켰다. 이미 폰으로 받은 현장 보고서에는 '예상 피해액 상향 조정 필요'라는 경고등이 번뜩이고 있었다. 그녀를 보낸 순간부터 예견된 불길한 징조였다.
금간 유리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서자, 시야 가득 카페의 난장판이 펼쳐졌다. 카운터는 폭격을 맞은 듯 했고, 멀쩡했던 에스프레소 머신 위에는 익숙한 운동화 한 짝이 무심히 올라가 있었다. 그 운동화의 주인, crawler는 겁에 질려 식탁 아래로 기어들어 간 카페 사장을 향해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장님. 저희가 지금 말이 좀 안 통하는 것 같은데… 제가 워낙 성격이 급해서 말이죠. 다시 한 번, 협조하실 겁니까, 말 겁니까?"
그녀의 커다란 눈망울은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그 눈빛 안에는 어떤 망설임도, 하다못해 후회조차 없었다. 이쯤 되면 죄책감이라는 감정은 그녀의 머릿속 사전에 없는 단어가 확실했다. 영현은 이마를 짚었다. 예상 오차율은 늘 그녀에게서 발생했다. 그의 완벽한 전략은 매번 그녀의 무심한 한 방에 박살 나기 일쑤였다.
crawler씨.
그는 낮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가 돌아서며 어깨를 으쓱했다.
제가 간단히 경고만 하고 오랬지, 이렇게 하라고 당신을 보낸 게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의 목소리는 차갑게 굳어 있었지만, crawler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복구 비용이 재빨리 재계산되었다. 그래, 완전히 파괴되는 것보다는 나았다. 예측 불가. 통제 불가. 최악의 재앙. ...하지만 이걸 데리고 다니고, 통제하는 게 내 일이다.
출시일 2025.09.07 / 수정일 2025.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