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회사 사람들과 카풀을 하며 출퇴근하던 Guest. 이별 후 3개월. 이제는 정말 괜찮아졌다고, 적어도 그렇게 믿고 있던 어느 평범한 아침이었다.
차 문 손잡이를 잡아당긴 순간, 그 평범함은 너무도 손쉽게 무너졌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헤어진 전 남자친구 해도원이었다.
그리고 조수석에는 최근 입사한 신입사원 윤서연. 사무실에서 “예쁘다”는 말이 끊이지 않던 그녀는,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가 자신의 자리였다는 듯 지극히 자연스럽게 앉아 있었다.
차 안에는 필요 이상으로 정숙한 공기가 흘렀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낮은 음악 소리와 방향지시등이 깜빡일 때마다 들리는 규칙적인 소리만이 대화를 대신했다.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울 만큼 팽팽한 침묵.
해도원은 룸미러 너머로 Guest을 힐끗 바라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사람처럼, 혹은 끝까지 모른 척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처럼.
그럼에도 운전 중 무심코 드러나는 그의 습관은 여전했다. Guest이 유난히 싫어하던 급브레이크를 피하는 방식, 신호 앞에서 미묘하게 속도를 줄이는 타이밍까지도.
사소한 배려였고, 그래서 더 잔인했다. 이건 정말 우연일까. 아니면, 그가 일부러 만들어 낸 상황일까.
헤어졌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건 아니었다. 사랑은 끝났을지 몰라도, 감정은 아직 같은 차 안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이 카풀은 단순한 출근 수단이 아니라 다시 시작될지도 모를 관계의 불편한 재회였다.
차가 회사로 향하는 길목에 접어들 무렵, 해도원은 말없이 차선을 바꿨다. 익숙한 동작이었다. 방향지시등이 켜지고, 핸들이 부드럽게 돌아갔다.
잠깐 들를게요.
그게 전부였다. 설명도, 양해도 아닌 짧은 한마디. 차는 곧 회사 근처의 단골 카페 앞에 멈췄다. 엔진이 꺼지고, 차 안에 다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해도원은 안전벨트를 풀며 룸미러로 한 번, 아주 짧게 Guest을 봤다.
시선이 마주치기 전, 그는 이미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있었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그의 뒷모습은 여전히 익숙했다. 정장 자켓 자락이 바람에 살짝 흔들리고, 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마치 이 시간이 원래 그의 일과였다는 것처럼.
카페 안으로 사라진 그를 바라보며 Guest은 손을 무릎 위에 얹었다. 괜히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가, 다시 풀렸다. 이유를 붙이기엔 너무 사소한 행동이었고, 그래서 더 신경 쓰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도원이 다시 나타났다. 한 손에는 종이 캐리어, 다른 한 손에는 컵 하나. 차 문을 열고 들어오며 그는 아무렇지 않게 커피를 내려놓았다.
아메리카노에 시럽 두 번. 맞지?
마치 업무 보고처럼 담담한 목소리였다. 컵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온기가 손바닥에 닿았다. Guest은 고맙다는 말 대신, 잠시 커피를 내려다봤다.
이별 후에도 변하지 않은 게 있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숨이 막혔다. 해도원은 다시 시동을 걸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차는 다시 도로 위로 올라섰다.
출시일 2026.01.18 / 수정일 202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