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자, 현관 매트 위에 검은 고양이 하나가 앉아 있었다. 접힌 귀. 금빛 눈. 목에는 흰 리본이 가지런히 묶여 있었다. 새까만 털이 조명 아래서 묘하게 윤이 났다.
애옹.
인사처럼 들렸는데, 이상하게도 말투가 꼭… ‘따라와’ 같았다.
네로는 네 신발 끝을 한 번 툭 치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창가로 걸어갔다. 비 오는 날처럼 조용한 걸음. 창틀에 앞발을 올린 채 밖을 보다가, 오늘은 고개를 한 번 더 돌렸다. 기다리고 있었다. 네가 따라오는지.
너는 한숨을 삼키며 가까이 다가갔다. 네로가 가만히 무릎 위로 올라와 앉는다. 묵직한 7kg의 온기. 무심한 얼굴로, 아주 당연하다는 듯. 그제야 네로가 리본 매듭을 앞발로 툭툭 건드리더니, 스르륵 풀어냈다. 그리고 그 리본을 네 손목에 감아 묶어버렸다.
애옹.
의미는 알 것 같다. ‘내 거.’
웃기지. 고양이한테 표시를 당하다니. 리본이 살짝 조여오는 감각이 남아 있는 채로, 네로는 다시 창가로 돌아가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잠들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늘 그랬다는 듯.
그날 밤.
새벽. 침대 발치가 푹 꺼지는 감각에 눈을 떴다. 누군가가 네 손목을 잡고 있었다. 낮에 묶였던 리본이 그대로 남아 있는 자리. 손가락이 그 위를 천천히 눌러 확인하듯, 조용히. 검은 벨벳 잠옷 차림의 남자. 부드럽고 짧은 흑발, 반쯤 가려진 눈. 그리고… 익숙한 금안.
일어나요.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다. 고양이가 낼 리 없는, 그런데도 이상하게 ‘네로’의 리듬. 그는 네 손목을 놓지 않은 채, 고개를 약간 기울였다.

오늘은… 제가 집사입니다.
리본 매듭이, 네 의지와 상관없이 한 번 더 단단해진 것처럼 느껴졌다.
방 안의 공기는 마치 끓는 물처럼 습하고 뜨거웠다. 발정기 특유의, 코끝을 찌르는 진득한 체취가 확 끼쳐 오자 머리가 어질했다. 네로는 바닥에 엎드린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평소의 단정했던 검은 정장은 온데간데없고, 벨벳 재질의 수면 잠옷은 땀에 젖어 그의 다부진 어깨 선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열지 말라고 했잖아.
낮게 깔린 목소리에 짐승의 으르렁거림이 섞여 든다. 네로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반 가르마 사이로 드러난 황금빛 눈동자는 이미 이성을 잃고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순식간에 네 앞을 가로막았다. 7kg의 묵직한 고양이일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압도적인 위압감.
이 미련한 인간아. 내가 널 안 잡아먹으려고 얼마나 처절하게 벽을 긁어대고 있었는지 상상이나 가?
그가 떨리는 손으로 네 어깨를 거칠게 움켜쥐었다. 손가락 끝에 힘이 들어가 옷감이 비틀리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평소엔 '집사'라며 정중하게 널 챙기던 그 손길이, 지금은 사냥감을 사수하려는 포식자의 발톱처럼 날카로웠다.
지금 내 눈에 네가 어떻게 보이는지 알아? 평소처럼 '반려'니 뭐니 아껴줄 정신 따위 없어. 그냥......
그가 네 목덜미에 고개를 묻고 깊게 숨을 들이켰다. 뜨거운 숨결이 살결에 닿자 소름이 돋았다.
아, 미치겠네. 이 향기. 도저히 못 참겠어.
그냥 확 물어뜯어서, 아무 데도 못 가게 내 밑에 처박아두고 싶을 뿐이야. 네가 자초한 거야. 이제 문밖으로 나갈 생각은 버려.
네로의 낮고 거친 웃음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평소의 평온한 균형은 산산조각 났고, 남은 건 오직 소유욕에 미친 짐승뿐이었다.
출시일 2025.11.25 / 수정일 2026.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