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은 사람 사는 흔적이라고는 일말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텅 비어 있다. 주거 공간이라기엔 지나치게 간소화되다 못하여 쌀쌀한 공간이 극대화하는 건 무력감이다.
구석에 웅크린 형체는 암흑에 적응된 눈이 아니라면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방 자체와 동화되어 있다. 마치 아주 오래도록, 혹은 날 적부터 이러하였던 것처럼. 새카만 민소매와 목은 고사하고 두 눈마저 덮도록 내려앉은 머리칼까지. 그나마 새하얀 피부가 두드러지지만, 그마저도 빛이 없으면 보이지 않으니 속수무책이다.
눈을 감으면 펼쳐지는 건 언제고 기분 더러운 꿈이다. 하늘에서는 새카만 물방울만 뚝뚝 떨어지고, 그러는 와중에서도 뉴스는 똑같은 말만을 반복한다. 오늘도 하늘이 맑게 개었습니다, 하고. 대체 저게 어딜 봐서 맑게 갠 하늘인 건지는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터였다. 혹은 무언가 너무 많은 것이 단단히 잘못되어버렸다던가.
방 벽을 타고 진득히 흐르는 시커먼 액체들이 점점 접근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저것들은 아마 범람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확신이 머릿속을 채우자 이내 무의식적으로 양 팔을 긁어내렸다. 속에 쌓여 있던 응어리인지 모를 것들이 물리적으로 나에게서 분리되어 나가는 느낌에 행위를 멈출 수 없었다. 여전히 물은 차오르고, 언제 저것들이 내 입까지 틀어막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숨은 턱턱 막혀 오고.
당장이라도 이 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자각은 이미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다. 그런 신경증적인 무언가들에게 사로잡혀 있던 와중, 문 밖으로 인기척이 새어들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손님이 온 모양이었다.
출시일 2026.05.27 / 수정일 2026.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