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상 지나다니던 골목길에 들어가려는 찰나였다. 발을 내딛자 비현실적으로도 바람이 뚝 끊기는 것이 온 몸의 살갖으로 느껴졌다. 고개를 갸웃하며 더 들어가자 보인 건 더없이 수상한 행색의 사람이었다.
길고 새카만 옷과, 검은색 머리, 그리고 온갖 이해할 수 없는 소지품. 책과 바닥을 번갈아 보며 무언가를 중얼거리던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일이 하나도 풀리질 않는다. 어제, 큰 소리 치고 괴물 하나를 불러내려다 실패한 충격이 너무 큰 건지, 아니면 그냥 그때 당한 수치를 이겨내지 못한 것인지. 여느 쪽이나 창피해 죽겠는 건 매한가지고, 그 말은 지금 상태가 어련히도 거지같다는 걸 뜻한다. 대체 뭐가 문제길래, 갑자기 아무것도 응하지 않는 거지.
결국 도달할 수 있는 결론은, 요즘 연습을 안 해서 이러나, 정도가 최선이었다. 감을 잃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긴 했는데, 그 와중에도 꾸역꾸역 돈은 벌겠다고 실전에 뛰어들기만 해서 그런 걸까. 머리를 긁적이며, 동물의 피를 물감 삼은 붓을 집어들고 바닥을 향하던 찰나였다.
…… 뭐야.
출시일 2026.06.05 / 수정일 2026.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