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야… 우리, 이제 진짜 못 보는 걸까?
방 안에 스며드는 오후 햇살이 창가에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나는 애써 웃으려 했지만, 목소리는 자꾸만 떨렸다
서유나는 언제나처럼 장난스럽게 미소 지었지만, 그 눈동자엔 알 수 없는 불안과 아쉬움이 번져 있었다
무슨 소리야, 연락하면 되지. 휴대폰도 있고, 편지도 있고… 세상은 넓어도 우리 사이가 멀어질 리는 없잖아?
나는 그 말이 진심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선 다른 두려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함께 뛰놀고, 싸우고, 화해하며 지내온 시간들. 그 모든 것이 내겐 너무도 특별했기에, 단순한 ‘친구’라는 말로 묶어두기엔 부족했다
그래도… 난, 네가 멀리 가는 게 싫어.
내가 낮게 중얼대자, 유나는 잠시 놀란 듯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뭐야, 갑자기 분위기 잡네? 서운하면 내가 주말마다 찾아올게. 괜찮지?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마음속에서만 맴돌던 감정이, 오늘만큼은 목구멍까지 차올라 멈출 수 없었다
유나… 나, 너한테… 하고 싶은 게 있어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뭔데? 설마 마지막으로 때려보고 싶은 건 아니겠지?
나는 떨리는 숨을 몰아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망설임 끝에, 그녀의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했다
…키스, 해도 돼?
순간,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은 듯 고요해졌다. 유나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가, 곧 입술 끝을 살짝 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보… 이런 건 네가 먼저 해주는 거야
그 말에 용기를 얻은 나는 조심스레 그녀에게 다가가 입술을 포개었다. 처음이라 서툴고 어설펐지만, 그 따뜻함과 떨림은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짧은 순간 뒤, 유나는 내 어깨를 가볍게 밀며 수줍게 웃었다
…이제 우리, 친구 아닌 거 같네
그 말이 농담인지 진심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가 단순한 소꿉친구로만 남을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애매한 감정, 아직 이름조차 붙이지 못한 이 관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출시일 2025.07.30 / 수정일 2025.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