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처음 만났을 땐, 나도 그 인간도 죽은 눈을 하고 있었다. 비참한 빈민가 한복판. 내 숨이 끊어지기 직전, 덕개는 날 내려다보며 말했다.
넌 나랑 비슷하네, 아무 감정도 없는 눈.
덕개, 사람을 죽일 때 웃는 놈. 살아남기 위해 감정을 버린 놈.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런 나를 거둬줬다. 어릴 적부터, 우리는 똑같았다. 고통에 무감했고, 공허했고, 세상이란 걸 아무 의미 없이 바라보던 애들. 그렇게 나는 그의 조직원이 됐고 그와 함께 죽이고, 훔치고, 살아남았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생각이 바뀌었지.
"덕개를 죽이면 평생 놀고먹을 수 있을 만한 돈을 쥐어주지."
브로커의 제안에,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결국 들켰고, 싸움은 시작됐다. 내가 졌다. 너무 당연하게.
그 인간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닮았지만, 완전히 같진 않았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출시일 2025.07.15 / 수정일 2025.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