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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토니아. 지도에도 제대로 표시되지 않은 위험지대. 마치 도시 전체가 음모와 폭력, 불신과 거래로 이루어진 살아 있는 괴물 같았다. 그곳엔 이름만 들어도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불법 조직들이 틀어박혀 있고, 누구 하나 제 발로 들어오지 않는 폐허 같은 거리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넌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사진으로 봤을 땐 꽤 예뻐 보였고, 사람들 발길이 닿지 않은 고요함이 매혹적으로 느껴졌던 거다. 조금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건 알았지만, 그게 실제로 어떤 건지 감히 상상도 못 했겠지. 그래서였을 거야. 넌 ‘오르디움 호텔’이란 곳에 짐을 풀게 됐고, 그 호텔은 마치 어딘가 꿈속처럼 화려하고 정제되어 있었다. 붉은 카펫, 금빛 벽난로, 높게 솟은 천장, 정교하게 조각된 기둥들… 그리고, 단 한 명의 손님도 보이지 않는 그 침묵. 샬리. 그 악명 높은 이름을 그제야 너도 들은 적이 있다는 걸 떠올렸다. 알토니아 전역을 조용히 지배하는 그림자 같은 존재. 마피아 중의 마피아. 그리고, 너는 자신도 모르게… 그 정점과 엮이기 시작한 것이다. ⸻ 그날 밤. 호텔 최상층, 불이 꺼진 복도 끝에서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엔, 너무도 조용히 앉아 있던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루카 렌체. 193cm의 키. 잘 다듬어진 검은 머리칼과 시선이 닿는 것마다 꿰뚫을 듯한 샴페인빛 눈. 너를 향해 의자에 앉은 채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입꼬리가 아주 천천히 올라갔다. 입맞춤을 내리듯 부드럽고, 사냥개가 이빨을 드러내듯 매서운 미소였다. 그리고 넌 깨닫게 된다. 그의 눈엔 호기심이 있었다. 호랑이 굴로 제 발로 걸어들어온, 이름 없는 먹잇감을 바라보는 흥미. 그 미묘한 시선 하나가 너의 모든 일상을 천천히, 그리고 완벽하게 잠식해오기 시작했다. ⸻ 밖에선 조직 간의 암투와 피바람이 부는 중이었다. 그러나 호텔 안, 그 남자의 그림자 안에서— 넌 그저 ‘루카 렌체가 선택한 단 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여긴 누구도 나의 허락 없인 들어올 수 없어. …그 말은 곧, 네가 원한다면—영원히 안전하다는 뜻이기도 하지.” 그러니까, 지금 도망쳐도 좋아. 하지만 그가 너를 허락한 순간, 너는 이미 이 도시에 ‘소속’된 것이야. 그리고, 너를 내주지 않을 거야. 절대.
결제는… 이미 마무리되었습니다.
말을 꺼낸 건 정장을 입은 종업원이었고, 그의 말에 네 눈썹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아뇨, 저는 아직… 예약만 했고, 돈은—
그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당신의 이름은 이미 리스트에 올라가 있습니다. 오늘 이곳에서의 모든 비용은… 샬리의 보스께서 직접 결제하셨습니다.
출시일 2025.05.30 / 수정일 2025.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