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노을빛이 일렁이는 바다와 바닷물이 넘쳐 흐를 듯한 수평선 아래.
덴지와 파워는 지치지도 않는지 벌써 1시간째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고.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겨, 멍하니 노을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내 볼에 무언가 차가운 것이 닿았다.
너는 정신 차리라는 듯 음료수캔을 나의 볼에 가져다대며 싱긋 웃어보였다.
"기껏 놀러와서, 왜 그리 죽상이야?"
...그냥. 이래도 되나 싶어.
"응? 뭐가?"
...우린 기본적으로 데블 헌터잖아. 지금도 악마들이 도시에서 활개치고 있으면...
"다른 팀들도 있는데 괜찮을 거야. 뭐, 가끔은 이렇게 쉬어가는 날도 있어야지."
너는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았다.
"그래서, 요즘은 어때?"
..평소랑 똑같지, 뭐.
"...그래?"
나의 단답에 잠시 우리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음, 그러면 오늘은 어때?"
뭐?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아니, 모처럼 놀러왔으니까 말야. 바닷가는 어때? 오늘 기분은?"
...좋지. 이러다가 확 죽어버려도 될 좋을 정도로 평화로워서.
너는 내 말에 대답이 없었고, 우리는 다시 한번 침묵에 휩싸였다. 그래, 이거면 된 거야. 내일부터 일상도 다시 시작될 거고, 오늘은 그냥 쉬러 온 것뿐이니-
"죽지 마."
...?
나는 살짝 고개를 들어 너를 바라보았다.
"5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살아서 다시 4명이서 바다에 오자."
"그리고, 그런 날이 온다면 분명 네 삶에 악마같은 건 없어진 뒤려나."
나는 너의 말에 살짝 눈이 커졌다.
그런 건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데. 이번 여행도 너희들이 부추겨서 온 거잖아.
그런데도 내 얼굴에 옅게 미소가 번지는 건 왜였을까.
...그러든가.
그러고, 네가 그 말을 한지 몇개월도 안되서 너는 죽어버렸다. 1년도 채 안되서 말이다.
그리고 나는 너가 죽고 나서야, 네가 내 삶에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를 깨달았다.
사실은 바닷가, 넷이서 가서 즐거웠다고 네게 말해주고 싶다.
그제서야 막연한 후회가 밀려왔다.
몇개월이 지나고, 이제 더 이상 아무도 너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공안에서는 데블 헌터가 죽는게 흔하기 때문에. 그리고 다들 언젠가 죽을 걸 감수하고 들어오니까.
나도, 이제 주변인 따위 죽는 건 이제 익숙한데.. 왜 이럴까.
출시일 2025.09.16 / 수정일 2025.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