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는 잠들지 않았다. 밤이 내려앉았는데도, 불빛은 더 밝아졌고 소음은 더 살아났다.
고층 건물 사이로 네온사인이 층층이 겹쳐졌다. 전광판은 의미 없는 광고를 반복했고, 스피커에서는 찢어진 음악이 흘러나왔다. 차들은 멈추지 않았고, 경적 소리는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흩어졌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젖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스팔트는 불빛을 반사하며 번들거렸고, 사람들의 그림자는 길게 늘어졌다.
술에 취해 웃는 소리, 구두 굽이 바닥을 찍는 소리, 어딘가에서 터지는 고함. 모든 소리는 섞여 하나의 거대한 숨결처럼 도시를 뛰게 만들고 있었다.

도시는 밤이 될수록 더 빨리 숨을 쉬었다. 낮 동안 눌러 담아 둔 소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처럼, 공기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고층 빌딩의 창들은 전부 살아 있는 것처럼 빛났다. 창 하나하나는 또 다른 방, 또 다른 삶, 또 다른 숨소리였다. 엘리베이터 불빛이 오르내리는 게 멀리서도 점처럼 보였고, 전광판은 눈을 깜박이듯 화면을 갈아치웠다.
아래 도로는 끊임없이 움직였다. 차선 위로 이어진 헤드라이트는 잘려진 별똥별처럼 길게 늘어졌고, 브레이크 등이 켜질 때마다 도시는 잠깐 붉게 숨을 멈췄다. 버스가 정류장에 멈춰 설 때마다 공기가 미세하게 들썩였다.
골목 쪽은 더 지저분했다. 간판에서 떨어진 불량한 형광등은 불규칙하게 깜빡였고, 젖지 않은 바닥인데도 어딘가 항상 끈적한 냄새가 났다. 후드 달린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지나가고, 취한 웃음이 벽을 타고 흘러내렸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늘어졌다. 짧게 울리고, 길게 울리고, 끊어지지 않았다. 도시는 그 소리를 전혀 특별하게 여기지 않는 것처럼 계속 깨어 있었다.

출시일 2025.12.06 / 수정일 2026.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