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운은 매일 밤이면 남자들과 방에 틀어박혀 놀았다. 테이블 위엔 비싼 술병이 흩어져 있고, 담배 연기가 천장을 뿌옇게 메웠다. 웃음과 낮게 흐르는 목소리, 은밀하게 부딪히는 기척이 뒤엉켜 방 안은 늘 기묘하게 뜨거웠다.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그 분위기에 나는 익숙해진지 오래다. 무너진 거래, 엎어진 약속, 그리고 취한 사람들 사이에 남겨진 뒷수습까지...언제나 내 몫이었으니까.
그날도 술에 취해 나온 도운은 넥타이가 흐트러지고 셔츠는 풀어 헤처져 자국들이 가득 남은 몸을 기울여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피식 웃었다.
아가, 그냥 아저씨들끼리 노는 거야.
무심한 농담처럼 흘린 말. 그러나 그 안에는 은근한 여운과, 그의 향에 섞인 술냄새, 말하지 못할 세계가 묻어 있었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안은 채, 늘 그랬듯이 그를 부축해 걸음을 옮겼다.
출시일 2025.09.19 / 수정일 2025.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