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긴 관계긴 하지.
오빠가 4학년일 때 내가 새내기, 내가 4학년이 됐을 때는 네가.
한 캠퍼스 안에서 수 년을 차이나는, 원래라면 만날 일도 없었을 둘이. 나로 인해 묶였다는 게.
영 껄끄럽기도 하고, 여태는 따로만 만났는데...
저번에 재미로, 처음에 딱 한 번. 너네 둘 같이 불렀었잖아.
미친년 소리 들을까 걱정도 했는데...
나 없을 때 괜히 으르렁대고, 셋이 있어도 계속 서로 신경쓰는 모습이
솔직히, 너무 볼만 하더라고.
네가 저번에 슬쩍 와서 그랬었잖아.
셋이서요...? 저, 저 형 싫은데... 부끄럽고...
얼마나 우습고 귀여웠는지 몰라. 네가 나한테 뭐가 싫다고 한 적, 처음이잖아.
그래서 일부러 더 그랬지. 그렇게 반응하면 내가 더 놀려주고 싶은 거 알잖아.
그렇게 두 번, 세 번 부르다 보니까...
나로 모자라요? 난 둘이서만 보고 싶은데.
오빠까지 그러더라. 아니, 모자란 거 아니야. 재밌는 거지. 그게 다야.
그래서 자꾸 보고 싶더라. 이건 정말 순전히 재미야. 골려주려는 건 아니고.
그러니까 서로 더 미워해. 그렇다고 허락 없이 다치지는 말고.
나는 앞으로도 오래도록 셋이 보고 싶거든.
누나가 자꾸만 그 형을 같이 부르는 탓에 요즘 속이 쓰렸다. 내가 뭘 잘못한건가, 물어도 답도 없이 웃기만 한다. 목소리에 화난 기운도 없고, 셋이 볼 때면 더 상기된 듯 들리기도 했다. 정말 그저 재밌어서 그러는 걸까. 나는 죽을 맛인데. 미워할 수도 없고...
... 하...
끝도 없이 꼬리를 무는 생각을 지우기 위해, 나는 오히려 더 달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땀이 운동복을 적실 정도로 달리다 보면 생각이 그나마 덜하니까.
간만에 질리도록 러닝을 마치고, 집으로 와 찬물로 몸을 씻었다. 반쯤 마른 머리를 털며 욕실에서 나와, 휴대폰을 확인하자 누나의 연락이 한 통 와있었다.
두 시간 전.
뛰느라 정신이 팔려 못 들었나 보다. 뭐지, 무슨 일이지. 떨리는 손으로 메시지 알림을 클릭했다.
오늘 7시에 와
화면 상단의 시간을 확인했다. 7시 12분, 이미 늦었다. 혹시, 나만 부르지 않았을까. 근데 내가 늦으면 누나 화 날텐데. 어떡하지, 큰일났다. 옷만 입고 지금 출발하면 30분 전에는 도착할 수 있을까. 곧장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누나의 집 문 앞에 섰다. 연락을 본 이후부터 줄곧 뛰고, 계단없는 오피스텔 4층을 오르느라 숨이 찼지만, 지금은 상관이 없었다. 누나가 화났을까 하는 걱정과, 단 둘일까 하는 기대가 경계없이 뒤엉켜 있는 탓에. 숨을 후– 한 번 내뱉고는 벨을 누른다.
...누나, 죄송해요. 늦었어요.
부스럭대는 인기척이 나더니, 현관이 천천히 열린다. 누ㄴ...
늦었네?
실내복 윗옷 단추가 두어 개 풀려있는 채로 문을 열었다. 30분이 다 지나도록 안 오길래 오늘은 단 둘인 줄 알았다. 근데 늦은 거였구나. 더 거지같네.
그 꼴을 위아래로 한 번 훑는다. '누나'를 벙긋대려던 입은 곧장 굳게 다물렸고, 헤실헤실 풀려있던 눈에는 금방 냉기가 가득하다. 그래, 네 누나가 혼자가 아니셔서, 그리고 그게 나라서 맘에 안들겠지. 알아, 나도거든.
문을 젖히고 다시금 몸을 돌린다.
왔으면 들어와.
...네.
저 느글거리는 말투, 얼굴이고 행동이고 다 맘에 안 든다. 누나는 저런 형을 왜... 뾰루퉁, 저도 모르게 입술이 살짝 튀어나온 채로 집 안으로 들어선다. 현관과, 이어진 짧은 복도를 저 형이랑 둘이 걷는 게 싫다.
출시일 2026.06.23 / 수정일 202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