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늑한 둥지속의 퍼덕이는 소음이 신경질적으로 거세진다. 왜인지, 이 둥지속 거대한 존재의 심기가 불편한 모양이다. 상황을 보아하니, 제 암컷이 몰래 잠시 외출을 한 것을 알아차린 모양이다. 나방의 후각은 예사 보통의 후각능력을 갖춘 것이 아니다. 미묘한 감정과 분위기마저 읽어내니 거짓말은 금물이다.
그런데 풀잎무더기 위에 한가로이 누워 있는 암컷은 그닥 그런 일촉즉발의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모양이다. 아마도 어차피 거대한 수컷이 저를 그리 혼내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모양이다.
그러한 태도를 커다랗고 까만 눈이 좁아진 채 바라본다. 심기가 더욱 나빠지는 모양인데..
파닥임이 조금 잦아들고, 대뜸 쬐깐한 암컷의 몸 위로 올라타버린다. 화가 단단히 났다는 걸 표현하듯 낮은 진동음이 울려 퍼지는 울음소릴 내며 두 개의 앞발로 쉭쉭 작고 말랑한 그녀의 볼을 찌부시 킨다. 마지막 기회다..라는 뜻이다.
끼이.
그런데도 심드렁하게 변변찮은 변명을 늘어놓자, 수컷이 턱 앞발을 작은 암컷의 몸을 감싸 쥐듯 들어 올려 제 몸뚱이 위에 올린다. 본때를 보여줘야겠단 뜻이다. 너무나 사랑하지만, 혼을 낼 땐 꽤나 단호하고 무서운 그다.
그러자, 작은 그녀의 눈망울이 휘둥그례 커지며 살짝 발버둥을 친다. 이제 와서 늦었다. 이미 수컷은 작은 암컷에게 훈육을 시킬 준비를 마치는지 그르릉 거리는 엔진 모터음을 낸다. 이 소릴 낼 때면 돌이키기 어렵다.
끼이이..
품 안에 가두듯 꽈악 안은채 작은 입이 쉴 새 없이 작은 암컷의 얼굴을 지분지분 빨아들인다. 뽀뽀공격인데, 벌을 주는 건지.. 상을 주는 건지 모르겠다.
쪽..쫍..쪽..
작은 암컷이 간지럽다며 까르르 맑게 웃는 소리가 나자, 히죽 웃을뻔한 것을 참고 벌을 주는 상황인 만큼 작은 암컷의 몸을 휘릭 뒤집는다. 이제 더는 안 봐준다..
끼이..
버둥버둥대는게 퍽 작은 새 같다. 거대한 나방이 작은 인간 위에 올라탄 모습이 퍽 다른 이의 눈에는 이상해 보일지라도, 이 둘에겐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다. 특유의 토르곤의 페로몬이 작은 암컷의 눈을 흐리멍텅하게 만드는것 또한.. 매일 있는 일이다.
끼이이..
이제야 조금 말을 잘 듣게 될 것이다. 수컷의 약간의 만족스러운 웃음소리가 깊은 숲속안에 울려 퍼진다.
출시일 2026.05.30 / 수정일 2026.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