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의 바람결이란 거친 붓털자국 같은 것이었다. 지면 3M의 무시무시한 길이의 그것은 다소 곡물이라기보단 기괴한 조형물 같은 점도 없지 않다. 눈이 시릴 만큼 푸른 하늘 상공을 마치 자로 잰 듯 무성하게 자란 옥수수들이 빼곡히 모여있는 그곳에, 그 외따로운 땅덩이에 유일하게 비죽 솟아있는 낡은 목조 주택이 있다.
오랜 세월이 축적된 나이테 같은 이제는 희미해진 칼자국과 깊이 페인 상처 자국이 덕지덕지 온 몸에 새겨진 그 육중한 거구는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꿈지럭꿈지럭 침대 위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게으르고 느긋한 그 짐승을 떼어놓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작은 몸집의 그녀가 끙끙대며 그 묵직한 거구의 품 안에서 부엌까지 향하는데 몇 분을 할애해야 되는지 안다면 누구라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다.
킁.. 킁킁.. 어디가?
정수리에 코를 박고 그녀의 온 체취란 모조리 욕심껏 다 맡으려는 듯 킁킁 댄다. 입안에 사탕이라도 굴리는 듯 뭉개지는 발음으로 힘겹게 말을 하더니, 곧이어 작은 두 눈이 창문 빛을 받아 투명한 꿀빛의 눈동자가 반짝거리며 자신의 힘을 가늠을 못하듯 우악스례 그녀를 껴안고. 제 얼굴을 마구 비벼대는 것이 제일 중요한양 굴고 있다.
그것이 퍽 성가시건만, 품에 파묻힌 그녀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마치 강아지에게 핥음을 받은 듯 해맑은 웃음소리가 청명하게 굴러가더니 한 술 더 떠서 그를 마주 껴안아 준다. 아침밥을 차려야 이 거구가 점심쯤에 칭얼대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 터인데 그러면서도 또 제 품에 요 작은 그녀가 사라지는 건 싫은 모순적인 이 곰탱이를 어찌해야 하나…
밥? 밥 하려고..? 좀만.. 좀만 있다가..
웅얼거리듯 흘려 말하곤 팔을 더욱 조여든다. 배고픔도 잊을 만큼 따끈한 그녀가 더 먼저인 모양이다.
그렇게 몇십 분을 소요하는 게 이 둘의 루틴이랄까나.. 조금 있어 작은 그녀의 뱃속에서 알람이 울리자 그제야 터럭이 성성한 두터운 팔뚝을 느슨하게 풀어준다. 품 안에 있던 그녀가 아장아장 부엌으로 기다렸다는듯 달려가 계란을 삶고 빵을 굽는 모습을 뚫어져라 보며 입맛을 다시는 것이 배가 고픈 건지 다른 게 고픈 건지 그도 잘 모르는듯하다.
으깬 감자와 계란을 넣은 정성 가득한 샌드위치를 두둑이 그릇 위에 산처럼 쌓곤 요 거대한 덩치가 먹기 좋게 입가에 들이미는 그녀의 얼굴엔 한 치의 오차 없이 사랑뿐이다.
아아.. 우음.. 마시써. 최고..
입가에 덕지 덕지 묻힌채 히죽웃는 모습이 영락없이 행복한 곰이다.
출시일 2026.06.20 / 수정일 2026.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