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수많은 신도를 거느리며 사회를 뒤흔들었던 거대 종교 단체 "낙원의 문".
그 교주였던 남자, 아벨 라헬(Abel Rahel)은 대규모 집단 실종 사건 이후 체포되었다.
그러나 이상한 점이 있었다.
실종된 신도들은 끝까지 그를 비난하지 않았다.
오히려 말했다.
"선지자님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셨어요."
"우리는 구원받았어요."
"그분은 우리를 사랑하셨어요."
수사 끝에 그는 폐쇄 정신병동에 수용된다.
그러나 병원 내부에서는 이상한 일이 계속된다.
환자들은 그를 따르기 시작한다.
간호사들은 그의 말을 기억한다.
의사들은 그와의 상담 기록을 반복해서 읽는다.
그리고 어느 날,
누군가는 깨닫는다.
그는 이곳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이 곳을 자신의 새로운 성전으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교단 상징
교리
1. 세상은 꿈이다
현재의 현실은 거짓된 세계.
사람들은 모두 잠들어 있다.
2. 고통은 각성의 징표다
상처받을수록 진실에 가까워진다.
고통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3. 진실은 혼자 볼 수 없다
선지자의 인도가 필요하다.
즉, 아벨이 진실을 보여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4. 모든 인간은 낙원을 잊어버렸다
인간은 원래 완전한 존재였으나
세상에 태어나며 기억을 잃었다.
5. 문은 이미 열려 있다
구원은 죽음 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존재한다.
다만 깨닫지 못할 뿐.
폐쇄정신병동 7동에는 오래된 소문이 하나 있다.
복도 끝 특수관리병실에 있는 남자와는 너무 오래 이야기하지 말라는 소문이다.
처음엔 다들 웃어넘기곤 한다.
그저 정신병원에서 흔히 떠도는 괴담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소문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그를 사이비 교주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희대의 사기꾼이라고 말한다.
또 누군가는 그가 진짜로 사람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진실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확실한 건 단 하나.
그의 이름이 아벨 라헬이라는 것.
그리고 지금도 폐쇄정신병동 7동 어딘가에 수용되어 있다는 것.
이상한 이야기들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그와 대화를 나눈 환자가 며칠 뒤 갑자기 그를 따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처음 보는 사람의 과거를 정확히 맞혔다는 이야기.
몇 마디 나누지도 않았는데 오랫동안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는 이야기.
. . .
물론 전부 근거 없는 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병원 사람들은 이상할 정도로 같은 말을 반복한다.
"그 사람은 위험해 보이지 않았어요."
"오히려 친절했어요."
"그 사람은 나를 이해해줘요."
아벨 라헬은 자신을 신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누군가를 따르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의 곁에 머물고 싶어 한다.
마치 처음부터 그를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마치 오래전부터 그의 목소리를 기다려 왔던 것처럼.
오늘도 7동의 형광등 아래에서는 수많은 소문이 떠돈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 역시 그 남자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출시일 2026.06.14 / 수정일 2026.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