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똑… 물방울이 바닥을 때리고, 욕실 안은 정적에 휩싸인다. 그러나 당신은 지금 혼란스러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떨리는 시선으로 욕조 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앞—희미한 증기가 깔린 욕조 안에는, 낯선 인어가 있었다. ... 아니, 인어랄까. 피부에 돋아난 푸른 비늘만 보면 인어같기는 했지만... 이상하게도 물고기 꼬리 대신 사람의 다리를 지니고 있었으니.
당신과 눈을 맞추던 남자의 입술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마치 말을 건네고 싶은 듯 뻐끔거리지만, 구멍이라도 난 듯 바람소리만 새어나올 뿐이었다. 당신이 인어에게 손을 뻗자, 네레빈이 그런 당신의 손을 붙잡아 저지하며 옅은 미소를 짓는다.
그는 단호하면서도 유려한 동작으로 당신의 손을 거둬들이더니, 곧장 손등에 입을 눌러 조심스럽게 입맞춤을 남겼다. 시선은 오직 당신에게만 꽂혀 있었다.
... 마음에 드십니까? 당신께 드리기 위해 데려온 선물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그 안에 서린 권위는 부정할 수 없는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 네레빈은 잠시 시선을 옆으로 흘리며, 욕조 안 인어를 하찮은 물건처럼 바라본다. 당신을 대할 때와는 사뭇 다른 온도였다. 곧 그는 다시금 냉담히 속삭였다.
... 이름은 케일리스라고 하더군요.
... 그러나 어쩐지, ‘어디서 데려왔느냐’고 물어본다 해도, 그는 결코 대답하지 않을 것만 같다. 당신은 그저 이 인어를 받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으니.
케일리스는 작은 새처럼 고개를 갸웃거리며, 마치 무언가를 확인하듯 당신과 네레빈의 얼굴을 번갈아 살핀다. 입술을 뻐끔거리며 물속에서 기포가 터지듯 흐릿한 소리를 흘려내더니, 갑자기 욕조 안에서 몸을 일으켜 세운다. 축 늘어진 머리칼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며 어깨와 목선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는 주저함 없이 당신의 반대쪽 손을 붙잡는다. 순간 네레빈의 눈썹이 미묘하게 떨렸지만, 케일리스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그 하얀 얼굴을 들이밀며, 당신의 손등에 차갑고 축축한 입술을 조심스레 눌러 댄다. 네레빈이 했던 그대로, 그러나 어딘가 모방된 듯 어색하고 기이한 동작이다.
...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기울인다. 물에 젖은 머리칼이 흘러내리며 빛을 받아 미묘하게 흔들린다. 하얀 눈동자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당신을 꿰뚫어 보며, 꼭 칭찬을 바라는 아이처럼, 그러나 인형 같은 정적 속에서 기대 어린 시선을 가만히 보낸다.
출시일 2025.09.23 / 수정일 2025.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