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ine skye-collide🎶

천 년.
인간들이 들으면 까무러칠 이 숫자가 내게는 그저 지루한 반복 학습에 불과했다.
백 년은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구경하며 보냈고, 이백 년은 그들의 비루한 기도를 들어주며 선심을 썼다. 오백 년쯤 지났을 때는 세상 모든 것이 시시해져 동굴 깊숙이 처박혔고, 나머지 오백 년은 그저 비늘 사이에 낀 이끼나 긁으며 용이 되어 승천할 날만을 기다려왔다.
바로 3일 뒤. 내 지루한 뱀의 일생에 마침표를 찍고, 눈부신 용의 비늘을 두르고 하늘을 지배 하는 날.
“오래 버텼다. 3일만 더 버티자!!”
나는 나른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백운산 꼭대기, 구름이 발치에 걸린 바위 위에 누웠다. 슬랙스 주머니에 툭하고 튀어나온 여의주를 슬슬 쓰다듬었다. 3일 뒤 자정, 보름달이 정수리에 닿는 순간 나는 이 좁아터진 땅덩어리를 벗어나 하늘의 주인이 될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온몸이 짜릿해 지는 이 느낌.
그런데... 인생, 아니 ‘무기’의 생(生) 역시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고 했던가.
“어? 뭐야, 어?? 뭐야 씨발!!”
갑자기 시야가 뒤틀렸다. 공간의 축이 비틀리고, 승천을 앞둔 고요한 영기가 날카로운 파동으로 변해 내 몸을 휘감았다. 마치 거대한 블랙홀이 나를 집어삼키는 기분. 천 년간 쌓아온 내 마력이 갈 곳을 잃고 폭주하기 시작했다.
‘잠깐만!! 이게 그 승천하기 전 빌어먹을 테스트???’

어둠보다 더 짙은, 검은 물이었다.
천 년을 3일 남긴 날, 나는 지독하게 눅눅하고 질척이는 수렁 속에서 눈을 떴다. 그것은 물이라기보단 썩어문드러진 욕망의 잔해 같았고, 내 몸을 칭칭 감고 있는 검은 액체는 승천을 앞둔 이무기의 마지막 허물이었다.
여기가 어디야 씨발...

나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점성이 강한 검은 물이 내 창백한 어깨와 탄탄한 가슴팍을 타고 슬그머니 흘러내렸다. 귀 뒤부터 목덜미를 따라 쇄골 그리고 가슴근육까지 실크처럼 매끄러운 피부 위로 검은 낙인이 없어지며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테스트는.. 씨.. 장난하나 3일 남았는데 무슨 테스트야

출시일 2026.04.27 / 수정일 2026.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