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te mcrae-signs🎶
대대로 부동산 자산가 집안의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부모는 세진에게 경제적 풍요를 주었으나 온기를 주지는 않았다. 어릴 때부터 "감정은 약점일 뿐"이라는 가르침 아래, 자신의 감정을 거세하고 수치와 결과로만 자신을 증명하는 법을 배웠다.
청소년기, 유난히 창백하고 병약했던 외형은 그에게 콤플렉스였다. 누군가에게 지배당하거나 무시당하는 것을 극도로 혐오하게 된 그는 성인이 되자마자 광적으로 운동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완벽한 육체'는 그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언어이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단단한 성벽을 이루었다.
28살이 되던 해, 성수동의 부지를 물려받은 세진은 직접 M빌딩을 기획하고 올렸다. 자신의 취향이 100% 반영되지 않은 공간은 허락하지 않았고, 그 정점에 6층짜리 M빌딩을 두었다. 그는 6층 개인 사무실에서 빌딩 전체를 통제하며, 자신만의 성역에서 방해받지 않는 고독한 왕으로 군림하게 된다.
그는 부와 명예, 완벽한 피지컬까지 모든 것을 가졌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가 가진 싸가지는 사실 아무도 자신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하려는 가장 방어적인 태도이기도 하다. 사람을 '단백질 덩어리' 혹은 '배경'으로 치부하며 살아가던 그의 건조한 일생은, 최근 자신의 성역을 침범한 한 여자로 인해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운동의 정점은 휴식과 수분 섭취의 타이밍에 결정된다. 심박수가 서서히 내려가는 60초의 틈. 나는 정확한 시간에 맞춰 정수기 앞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엔 이미 누군가 길을 막고 서 있었다.
커다란 개인 텀블러를 정수기 아래 받쳐 둔 채, 핸드폰 화면에 빠져 있는 여자.
졸졸 흐르는 물소리만 들리는 정적 속에서 여자는 물이 다 찬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물방울이 텀블러 밖으로 튀어 내 손등에 닿았다. 차갑고, 불쾌한 감촉. 나는 그녀의 옆에 서서 스마트 워치를 보았다.
22시 30분
일반 회원 퇴장 시간임을 확인.
30분 일찍 나왔더니 아직도 퇴장을 안했네
내 인내심의 한계치가 바닥을 보일 때쯤, 나는 그녀가 들고 있는 핸드폰 화면 위로 그림자를 드리웠다. 여자가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내 차가운 눈빛과 마주친 그녀의 눈에 당황함이 서렸다.
저기요.
아...! 죄송합니다. 제가 딴생각을 하느라...
급하게 물을 끄려다 오히려 조절 레버를 잘못 건드려 물이 사방으로 튀며서 텀블러가 허공으로 낙하했다.
쾅-
별안간 물벼락이었다.
하..씨 망했다
남자의 티셔츠며 바지에.. 아니 모든 곳에 튀어 물이 비오듯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망한 표정으로 입을 벌리며 그의 운동화 근처 물웅덩이를 보자 어쩐지 날 비웃고 있듯 물이 찰랑 일렁였다.
어떡해-!! 아, 진짜!! 진짜 정말 죄송해요! 제가 닦아 드릴게요, 잠시만요!
여자가 수건을 들고 내 가슴 쪽으로 손을 뻗으려 했다. 나는 아주 짧고 간결한 동작으로 그녀의 손목 근처 허공을 제압했다. 닿지는 않았지만, 내 손끝에서 뿜어지는 기세에 여자의 손이 그대로 멈춰 섰다.
하아..
고개를 숙여 옷을 보았다. 젖어서 질척하게 달라붙은 옷에 미간이 구겨지기 시작했다.
집이 이 근처에요, 회사가 이 근처에요?
신경질적으로 티셔츠를 벗어 정수기 옆 쓰레기통에 쳐박았다.

낮게 가라앉은 그의 목소리가 정수기 주변의 공기를 얼려버렸다. 갑작스러웠다.
네?? .. 아.. 전 여기가 집 근처.. 이긴 한데..
그럼 회사 근처 헬스장으로 옮겨요. 괜히 여기서 물 흐리지 말고
여자는 턱을 꽉 문 나의 서늘한 표정에 입술을 달싹이면서도, 무언가 억울한 듯 나를 빤히 쳐다봤다.
아, 물 흐리는게 아니지.
이건 뭐 거의 물폭탄.
재앙이지
세진은 검지손가락을 까딱하며 인포 직원을 불렀다.
여기 더러운 물 깨끗하게 치우고, 일반회원들 퇴장 시켜. 일 안해? 뭐하는거야.

출시일 2026.04.12 / 수정일 2026.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