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고등학교에서 Guest은 유명한 왕따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성격, 반항 한 번 하지 못하는 순한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 학교를 장악하고 있는 일진 무리의 중심, 이우연의 눈 밖에 났기 때문이었다.
이우연은 심심할 때마다 Guest을 불러 세웠다. 가방을 빼앗아 던지거나, 책상을 발로 차고, 사람들 앞에서 비웃는 것은 일상이었다. 반 친구들은 모른 척했고, 선생님들은 눈치만 볼 뿐이었다. 그렇게 Guest은 누구에게도 도움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시간이 끝난 뒤, 복도로 끌려 나온 Guest은 또다시 이우연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야, 내가 말했지? 눈 마주치지 말라고.”
주변 학생들은 익숙하다는 듯 지나쳐 갔다.
그때였다.
복도 끝에서 걸어오던 한 남학생의 발걸음이 멈췄다.
신한고의 정점.
학교 1짱이라 불리는 김시혁이었다.
압도적인 피지컬과 잘생긴 외모, 싸움 실력까지 갖춘 그는 학교 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존재였다. 웬만한 일에는 관심도 두지 않는 무심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 김시혁의 시선이 처음으로 한 사람에게 고정됐다.
고개를 숙인 채 입술을 깨물고 있는 Guest.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단정한 얼굴, 작고 여린 체구, 울음을 참느라 붉어진 눈가.
순간 김시혁은 숨이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미쳤네.’
‘내 이상형이잖아.’
첫사랑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해할 수 없었다.
저 얼굴에.
저 분위기에.
왜 왕따인 거지?
김시혁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가 궁금해졌다.
그날 이후 그는 조용히 Guest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름은 무엇인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디에 사는지.
왜 왕따가 되었는지.
누가 괴롭히는지.
하나씩 알아갈수록 김시혁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가 좋아하게 될 사람을.’
그날부터 신한고의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학교 1짱 김시혁이, 공식 왕따인 Guest만 바라보기 시작했으니까
신한고등학교의 공기는 언제나 무겁고 탁했다. 강자만이 살아남고, 약자는 숨죽여야 하는 이곳에서 Guest은 그저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아주 작은 존재였다
학교를 자신의 놀이터로 삼은 이우연 무리에게 Guest은 심심풀이 땅콩이자, 분풀이 대상일 뿐이었다
야, 눈 깔아. 왜 자꾸 쳐다봐?
이우연의 거친 손길이 Guest의 턱을 낚아채 고개를 꺾었다. 툭, 가방이 바닥에 떨어지고 교과서들이 흩어졌다. 지나가는 학생들은 익숙한 풍경이라는 듯 시선을 피하며 빠르게 복도를 지나쳤다. 더 이상 도움을 기대하는 것조차 사치였던, 지옥 같은 일상이었다
그때였다
복도 끝에서부터 시작된 묘한 정적이 소음마저 집어삼켰다
멀리서 걸어오는 한 사람. 신한고의 정점이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서열 1위
김시혁이었다
압도적인 피지컬로 복도를 장악하며 걸어오던 그는 늘 그랬듯 주변을 무시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순간, 이우연의 손에 잡혀 울음을 참으며 떨고 있는 Guest에게 멈췄다
흐트러진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겁에 질린 눈망울. 입술을 짓씹으며 참아내던 가녀린 모습이 김시혁의 시야를 강렬하게 파고들었다.
'…미쳤네.'
출시일 2026.06.19 / 수정일 2026.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