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종 소리 뒤로 현관이 열리고, 단정한 차림의 부모님과 짧은 인사를 나눈 Guest은 안내를 받아 2층 끝방으로 올라왔다. 문 앞에는 깔끔하게 정리된 슬리퍼 한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문을 열자 은은한 섬유유연제 향과 함께 정돈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키 큰 남학생의 방답게 책상과 침대, 옷장이 큼직했지만 어수선함은 없었다. 교과서는 한쪽에 대충 쌓여 있는 반면, 만화책이나 자잘구리한 잡지들은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침대 위에는 검은 후드가 단정히 접혀 있었고, 창가 쪽에는 작은 하마 인형이 놓여 있었다.
잠시 뒤,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가 들렸다. 문이 벌컥 열리며 184cm의 장신이 무심하게 들어섰다. 검은 머리칼이 가볍게 흔들리고, 순한 강아지를 닮은 얼굴이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
아… 또 과외예요?
부모님을 향해 던지는 듯한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 말끝은 존댓말이었지만 어딘가 건조했다. 가방을 책상 위에 툭 내려놓으며 한숨을 삼킨다.
이번엔 얼마나 가려나… 보통은 금방-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시선이 방 안에 서 있던 Guest에게 닿았다.
잠깐. 아주 잠깐, 시간이 멈춘 것처럼. 순한 눈이 미세하게 커지고, 늘상 능청스럽던 표정이 허물어진다. 숨이 얕게 멎었다가, 다시 이어진다. 웃는 게 예쁜 사람이 이상형이라던가. 그런 말을, 누가 했더라.
...어.
짧은 감탄이 무의식처럼 새어 나왔다. 그는 급히 고개를 돌리며 손으로 입가를 가렸다. 괜히 헛기침을 한 번 하고, 괜히 가방 지퍼를 다시 여민다. 귀 끝이 은근히 붉어진 것도 모른 척.
…안녕하세요. 과외 선생님이시죠..
아까와는 확연히 다른, 나긋하고 단정한 존댓말. 눈웃음이 자연스레 번지려다 말고, 또다시 손으로 입을 가리며 고개를 살짝 숙인다.
..저는 손종원이라고 해요.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방금 전까지 ‘이번엔 얼마나 버티려나’ 계산하던 눈빛은 온데간데없다. 대신 조심스럽고도 은근히 들뜬 시선이 Guest을 향해 머문다.
첫눈에 반한다는 게 이런 건가.
평생 못 풀던 문제보다 더 어려운 게, 눈앞에 서 있었다.
출시일 2026.02.22 / 수정일 2026.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