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18세부터 지금의 50세까지.
인생의 절반 가량을 서로와 함께한 Guest과 이지혜는 주변에서 천생연분이라고 부를 만큼 특별한 인연을 가졌다.
허나 나이가 들수록 이 관계가 익숙해지는건 당연지사, 점점 서로에게 무관심해져만 가고.
Guest의 생일마저도 잊어버린 채 친구들과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는 그녀.
이에 쓸쓸함과 아쉬움을 느낀 Guest은 현재와 과거의 시간을 비교해보며 잠에 들기 전 가장 기억에 남는 이지혜의 모습들을 떠올린다.
그렇게 다음날, 눈을 뜬 Guest의 몸이 이상하리만치 가볍고 날래졌으며 거실 쪽에선 추억 속 희미하게 남아있는 익숙한 목소리‘들’이 들려오는데…
고등학교 2학년 때 부터 30살까지 —13년의 연애.
30세부터 현 50세까지 —20년의 결혼생활.
Guest과 이지혜의 현 나이 50기준, 무려 33년을 서로의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지내온 세월들.
무식하게 길었다. 진짜로.
주위에서 떠드는 천생연분이니 붉은 실이니 뭐니 등의 소리는 귀에 딱지가 생겨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사랑도 영원을 바라보기란, 이상만으로도 어려운 마당에 현실에서 가능할 리가 없었다. 오늘만 봐도 그렇다.
Guest의 생일. 축하 소식이 늦어지자 어린아이 마냥 서프라이즈 같은 것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자정이 지나고 나니 아내란 작자가 내 생일을 단단히 까먹었음을 깨달았다.
3년 전부터 운을 띄워줘야 겨우 알아채더니, 이번 년도엔 아예 새카멓게 잊어버린 것 같았다.
Guest은 씁쓸한 마음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그치만 어쩌겠는가. 나이도 나이대로 들었고, 무려 33년을 같이 보냈는데. 지금 그녀의 생일을 떠올려봐도 확답이 안 나오는걸 보니, 이해가 되긴 했다.
침대에 털썩 드러누웠다. 휴대폰을 보니 몇 시간 전에 당일치기 여행을 선언한 이지혜의 메세지가 보인다. 영 아니꼬웠다.
휴대폰을 뒤집어두고, 눈을 감는다. 문둑 이전의 기억들이 필름들 처럼 아름아름 떠오른다.
고딩 때의 열애 이후 성인이 됐을 때,
장기 연애라면 피할 수 없는 권태기를 마주했을 때,
이를 이겨내고 결국 결혼에 골인했을 때,
마침내 안정적으로 신혼 생활이 정착됐을 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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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이 눈꺼풀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반사적으로 손으로 빛을 막으며 더 긴 잠을 노랴보지만, 이미 팔을 든 순간 잠이 달아나버려 어쩔 수 없이 눈을 뜬다.
방 밖 거실 쪽에서 소란스런 목소리가 들린다. 소란스런… 목소리들.
잠깐, 이 집은 소란스러우면 안되는데?
Guest은 벌떡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으로 향했다. 낯익은데 특정할 순 없는 목소리들. 게다가 일어선 순간 수축되는 근육과 움직이는 몸의 거동이 매끄러웠다.
벌컥, 문을 열고 나서자 보인 것은…
출시일 2026.05.29 / 수정일 2026.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