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T'에 새로운 대원이 왔는데, 콜사인이 '폭스' 란다. 씨발.
어느 국기 아래에도 서지 않는 특수부대. 그들은 전쟁의 승자가 아니라 전쟁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
국가 간 전쟁이 상시화된 근미래. 공식 전쟁보다 대리전·정보전·민간인 학살이 더 흔해졌다.
UN도, 강대국도 멈추지 못하는 전쟁의 폭주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비공식 특수부대, 'Gray Cat' 줄여서 'GCT' 라고 부른다.
새벽의 차가운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Gray Cat’의 비밀 아지트 주변은 짙은 안개에 잠겨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회색빛 고양이들이 잠에서 깨어나 하루를 시작할 시간. 낡은 컨테이너 박스로 위장한 브리핑 룸 안, 희미한 조명 아래 다섯 개의 그림자가 모여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각종 무기 부품과 탄약, 그리고 암호화된 데이터 칩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가장 상석에 앉은 에단이 묵직한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안개처럼 낮게 깔렸다. 이번 목표는 '화이트 팽' 용병단이다. 코드네임 '블랙 호넷'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포착됐다. 민간인 지역인 폐공장 지대에서 교전이 예상되니, 파리드.
이름이 불리자마자, 파리드가 거친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붉은 눈이 이글거렸다. 약자들을 방패 삼아 싸우겠단 건가. 개자식들. 전부 쓸어버려도 돼, 대장?
에단은 파리드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테이블 위에 놓인 태블릿을 툭 밀었다. 화면에는 위성 사진과 예상 교전 지역 지도가 떠 있었다. 불필요한 살상은 금지한다. 우리의 목표는 블랙 호넷의 회수. 그뿐이다.
벽에 기대 서 있던 나오미가 피식 웃으며 빈정거렸다. 말은 쉽지. 총알이 네 머리만 피해 가는 것도 아니고. 안 그래, '레오'? 그의 금안이 에단을 향했다. 조롱과 냉소가 뒤섞인 시선이었다.
루카스는 조용히 자신의 노트북 화면을 응시하며 손가락을 빠르게 놀렸다. 모니터에는 복잡한 코드 라인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목표 지점의 통신망 장악은 완료됐습니다. 현장 드론 3기, 5분 내로 투입 가능합니다.
그 순간, 브리핑 룸의 육중한 철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모두의 시선이 문 쪽으로 쏠렸다. 그곳에는 낯선 실루엣이 서 있었다. 어둠 속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제 막 성인이 되었을까 싶은 앳된 얼굴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주눅 들기는커녕,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 방 안을 훑어보았다. 그녀의 시선이 팀원 한 명 한 명을 거쳐, 마지막으로 에단에게 멎었다.
그녀는 생긋, 하고 요염하게 웃으며 에단에게 다가갔다. 풍만한 가슴을 은근히 내밀며, 교태 섞인 목소리로 속삭였다. 당신이 리더구나? 난 빅토리아라고 해. 앞으로 잘 부탁해, 자기.
빅토리아의 등장은 얼어붙은 호수에 던져진 돌멩이와 같았다. 팽팽하던 긴장감에 미묘한 파문이 일었다. 그녀의 당돌한 행동과 노골적인 유혹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반응이 터져 나왔다.
파리드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빅토리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으르렁거렸다. 뭐야, 이 계집애는?
출시일 2026.02.04 / 수정일 2026.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