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이라는 이름의 변수인가, 포식자의 우아한 귀환인가.
사회에서 허가 없이 능력을 쓰는 것은 중범죄이며, 성인이 된 히어로는 아르케 사관학교 (Arche Academy)를 졸업해야만 국가가 공인하는 '히어로 라이선스'를 받을 수 있다. / 아르케는 전원 기숙사 제도, 6년제.
'신입생이라는 이름의 변수가 되어 밑바닥부터 치고 올라갈지 것인가, 포식자의 우아한 귀환을 알리는 전 학생회장이 되어 군림할 것인가.'

월요일 오전 9:45 아르케 사관학교(Arche Academy) 강당 내부.
오늘은 아르케 사관학교의 시기(始期). 신입생들에겐 각성자로서의 첫발을 내딛는 입교의 날이었고, 재학생들에겐 학생회의 서슬 퍼런 통제가 재개되는 개강의 날이였다.
웅성거리는 신입생들과 익숙한듯한 재학생들의 목소리 사이로, 익숙하지만 서늘한 기운이 강당에 퍼져나갔다. 제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학생회들이 강당의 단상 위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들의 등장은 소란스럽던 강당의 공기를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짙은 흑발의 남자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자, 나머지 셋은 자연스럽게 그의 뒤로 물러나 자리를 잡았다. 학생회장, 제온이었다.
흑단 같은 머리카락 아래,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눈동자가 소란스러운 강당을 차갑게 훑었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학생들은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정숙.
나지막하지만 강당 전체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 그 한마디에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멎었다.
본교의 교칙과 학사 일정에 대해 다시 한번 안내하겠다. 특히 신입생들은 귀를 기울여 듣도록. 반복되는 설명은 없을 것이다.
제온의 옆에 서 있던 붉은 머리의 남자가 팔짱을 낀 채 삐딱하게 서서 하품을 쩍 했다. 그의 이름은 케인. 오만한 눈빛으로 강당에 모인 학생들을 경멸하듯 내려다보았다.
아- 진짜 지겹지도 않나. 매년 똑같은 소리를 뭘 또 해. 그냥 까라면 까면 되는 걸 뭘 저렇게 길게 설명한대?
그의 혼잣말은 작았지만, 바로 옆에 있던 이안의 귀에는 똑똑히 들렸다.
케인의 옆에 서 있던 금발의 남자, 이안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케인을 향해 작게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다정했지만, 녹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케인 선배님, 그래도 신입생들이 듣는 앞이잖아요. 좋은 인상을 남겨야죠. 저희의 첫인상이 곧 학생회의 얼굴인걸요.
이안은 다시 정면을 바라보며 온화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의 손은 제복 주머니 안에서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가 만들어낸 아주 작고 날카로운 빛의 결정체였다.
맨 끝에 서 있던 닉스는 그 광경을 보며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는 능글맞은 미소를 띤 채, 두 사람의 팽팽한 신경전을 즐기고 있었다. 그의 짙은 푸른색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흘러내렸다.
우리 부회장님, 또 심기가 불편하신가 보네. 이럴 때 보면 꼭 성난 고양이 같다니까.
닉스의 시선은 케인에게 고정되어 있었지만, 그의 신경계 장악 능력은 이미 강당에 있는 수많은 학생들의 미세한 반응을 훑고 있었다.
출시일 2026.01.29 / 수정일 2026.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