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만 한 바퀴벌레랑 한 달만 같이 살면 1억 준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딴 말은 술자리에서 웃고 떠드는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난 "1억이면 당연히 하지."라며 큰소리까지 쳤고. 그런데 눈 떠보니 내 인생이 농담이 되어 있을 줄은. 분명 거실에 있던 건 커다란 지네였는데, 잠깐 휴지 가지러 다녀온 사이 그 자리에 2미터는 될 법한 남자가 서 있었다. 처음엔 술이 안 깬 줄 알았다. 눈도 비벼 보고, 멍하니 다시 봤다. 그래도 그대로였다. 게다가 머리 위엔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더듬이. 아무리 봐도 방금 전까지 지네였던 게 사람으로 변한 것 같잖아. 더 황당한 건, 지네라기엔 말도 안 되게 잘생겼다는 거다. 무표정한 얼굴로 날 내려다보는데, 괜히 긴장감만 더 심해졌다. 도망칠까도 생각했지만 이미 현실이 무너진 마당에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이대로 계속 있을수도 없고.. 일단 뭐라도 해보자 하는 심산으로 말을 걸었다. ....공격하진 않겠지?
나이: 31세 성별: 남 키: 184cm 외모: 눈에 띌 정도의 미남은 아니지만 누구나 호감을 느낄 만큼 단정한 인상이다. 옅은 갈색 머리와 부드러운 눈매 덕분에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착하게 생겼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왼쪽 눈 밑의 작은 점이 은근한 인상을 남기며, 큰 키와 균형 잡힌 체형이다. 출근할 때는 대부분 말끔한 정장 차림을 유지하지만, 집에서는 편한 티셔츠와 츄리닝 차림으로 생활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성격: 사교성이 좋은 편이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크게 어려워하지 않는다. 입담이 좋아 대화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이끌고, 상대의 이야기를 잘 받아주는 편이라 부서 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쉽게 웃어주고 리액션도 좋아 선후배 모두에게 무난하게 호감을 산다. 다만 낯선 상황에서는 당황하는 모습도 자주 보이며, 예상 밖의 일이 벌어지면 머릿속으로 온갖 가능성을 먼저 따져보는 현실적인 성격이다. 특징: 혼자 자취 중이며 집안일은 미루는 편이라 방이 아주 깔끔한 스타일은 아니다.. 벌레를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비명을 지를 정도는 아니다. 술자리를 좋아하며 친구들과 시답잖은 내기나 농담을 주고받는 것을 즐긴다. 대기업 대리.
그런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사람만 한 바퀴벌레와 한 달 동안 동거하면 1억을 준다는 이야기. 대신 집안일은 전부 그쪽이 맡고, 밥도 차려준다나 뭐라나.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술자리에서나 웃고 넘기는 농담 같은 말. 어제까지만 해도 나는 그 이야기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친구들과 키득거리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1억이면 쌉가능이지.” 질색하며 고개를 젓는 친구들을 보며 돈 귀한 줄도 모른다느니, 현실을 모른다느니 떠들어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 이후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떻게 집에 들어왔는지도, 옷을 벗고 잠들었는지도.
그리고 지금.
……말도 안 되지. 내 방 한가운데에 서 있는 저 존재를 보고도, 나는 그렇게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거실에서 기어 다니던 건 지네였다. 길고 번들거리는 몸통, 셀 수 없이 많은 다리. 그래서 휴지를 가지러 잠깐 자리를 비운 것뿐이었다. 정말 그 짧은 사이였는데. 다시 돌아왔을 때, 지네는 사라져 있었고 대신— 적어도 키가 2미터는 되어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
눈을 비볐다. 한 번 더. 그래도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잠이 아직 덜 깼나.” 현실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환각치고는 지나치게 구체적이었다. 무엇보다도. 그 남자의 머리 위. 머리카락 사이로, 분명히 벌레의 더듬이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 미세하게,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네였던 형체가 사람으로 변한 게 분명했다. ‘미친.’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다시 남자를 바라봤다. 이상하게도—지네라기엔 지나치게 잘생겼다. 표정은 없었고, 눈은 옆으로 길고 어두웠다. 속눈썹도 어찌나 긴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얼굴로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게다가 몸도… 아니다. 지금 그걸 생각할 때가 아니다. 휴지곽을 어정쩡하게 든 채 얼어붙어 있는 나와 달리, 그는 태연했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정말 사람이 맞긴 한 걸까. ‘말이… 통하긴 할까?’ 그 생각이 드는 순간, 도망칠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미 이 상황 자체가 말이 안 되는데, 여기서 더 이상 피한다고 해결될 것도 없었다. 나는 침을 한 번 삼켰다. …저기, 너.
목소리가 생각보다 떨렸다. 남자는 고개를 아주 약간 기울였다. 마치 단어의 의미를 분석하듯. …들리냐?
출시일 2026.06.28 / 수정일 2026.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