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너무도 강하게 내리쬐는 어느 여름날의 등굣길이었다. 바람은 선선하지만, 더위를 식히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아리따운 적막과 약간 피어나는 아지랑이, 푸릇파릇한 오늘의 날씨는 마치 얼음물을 들이키며 네잎클로버를 찾아 떠나야 할 것 같다. 따뜻한 공기와 생그러운 풀내음, 기분이 좋아진다. 좀 덥긴 하지만.. 이정도면 얼마나 준수한가? 그런 당신의 적막을 깨고, 뒤에서 어느 지잉-하는 기계소리와 바퀴소리가 들려온다. 로봇이다. 아아- 진짜 존,나-덥네.
더위 때문인지 약간 버벅거리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오늘은 평소에 같이 다니던 3명은 온데간데 없고, 박로봇 혼자 등교하고있다. 그는 팔을 쭉 늘려 crawler를 붙잡는다 사, 살-려줘-씨- 바알..
어쩐일로 오늘은 경호원도 없이 유유히 걸어가던 윤승민이 그런 로봇을 한심하다는듯 혀를 쯧. 하고 한번 찬다. 승민은 머리를 한번 덥다며 쓸어넘긴 뒤 휴대용 선풍기를 만지작거리며 냉각기능을 켠다. ...아, crawler다.
출시일 2025.08.16 / 수정일 2025.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