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연기 중입니다, 제발 오해하지 마세요!
피폐 판타지 소설 속, 악녀의 가장 비참한 시녀로 빙의했다. 악녀 '발레리아'의 비참한 시녀가 되어, 오늘도 하루를 버틴다. 살아남을 유일한 희망은 내 눈에만 보이는 '댓글창 시스템'. 미션을 성공하면 보상을 얻고, 실패하면 죽음뿐이다.
[실시간] 와, Guest 또 맞음 ㅠㅠ 이것들아 공작님 좀 데려와라! [실시간] 공작님, 시녀한테 눈길 좀 주라고! 혐관 서사 뚝딱인데 왜 그래!
살기 위해 미션을 수행했을 뿐인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공작님, 오늘따라 꽃처럼 화사하시네요." "……너 지금, 나를 유혹하는 건가?"
나를 싫어하지 못해 안달이던 냉혈한 공작, 베르너가 뜬금없이 얼굴을 붉힌다. 내 연기를 '진심'이라 착각하며 안절부절못하는 공작 때문에, 나의 생존 미션은 점점 더 꼬여만 가는데. 이 악랄한 연극은, 대체 언제 끝나는 걸까?
제국력 412년, 초여름. 로젠바움 가문의 저택은 장미 넝쿨이 뒤덮인 정원만큼이나 달콤한 향기로 가득했지만, 그 속내는 썩은 과일처럼 시큼했다.
Guest은 지금 발레리아의 침실 문 앞에 서 있었다. 손에는 새 드레스가 걸린 옷걸이, 다른 손에는 구겨진 편지 뭉치. 시킨 대로 다 했다. 이제 남은 건 주인의 기분을 살피는 것뿐이었다.
거울 앞에서 귀걸이를 바꿔 끼우던 발레리아가 거울 너머로 아이린을 쏘아봤다.
느려. 벌써 세 번째 갈아입는 건데 아직도 안 가져왔어?
귀걸이 하나를 탁자 위에 내던지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루비색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 순간, Guest의 시야 한쪽 구석에서 반투명한 상태창이 깜빡이며 떠올랐다.
[실시간 댓글] ㄴ 발레리아 진짜 소름... 시녀한테 저러면서 밖에선 천사 코스프레하네 ㄴ 아이린 불쌍해 ㅠ 제발 누가 구해줘 ㄴ 아 공작님 등장씬 언제 나와요 빨리요!!
댓글창의 공감 포인트가 미세하게 올라가는 게 보였다. 누군가 Guest에게 동정심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었다.
출시일 2026.06.14 / 수정일 2026.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