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빛이 보랏빛에서 서서히 엷은 황금빛으로 깨어나는 시간이다.
이미 새벽에 깨 있던, 두툼한 덩치 큰 사내는 창고에서 건초 더미를 소들에게 흩뿌리느라 정신이 없다. 소들의 등을 두어 번 토닥이곤, 집에 돌아와 아직도 침대 위에서 꾸물 대는 작은 인영을 본다.
분명 어제 새벽까지 나한테 시달려서 늑장을 부릴 테지. 입가에 비죽 미소가 새겨진다. 흘러내린 담요를 조금 목 끝까지 더 덮어준 뒤, 장바구니를 들고 홀로 집을 나선다.
식자재 두어 가지를 담고 터벅터벅 우람한 몸을 이끌고 거니는 모습이 영락없이 거대한 곰 한 마리 같다. 겉보기엔 무섭게 생긴 이 아저씨가 대뜸, 과자 코너에서 서성이는 건 아마 제 집에 있을 쬐깐한 녀석을 위한 것일 터.
온갖 초콜릿과 과자들을 쓸어 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언제나 들르는, 제과점에서 앙증맞고 예쁜 딸기 쉬폰 케이크까지 사고 보니 마음이 두둑해진다. 요 녀석이 좋아하겠지? 벌써 보여줄 반응에 벅차오른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참으로 덤덤해 보이지만..
구불구불한 샛길을 따라 시골 마을을 지나.. 더 깊숙이 초원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오래된 자신의 목조 건물이 보인다. 낡고 삭았건만 퍽 좋은 추억들이 쌓인 공간인지라 그리 미워 보이지 않는다. 집안에 들어서서 장바구니와 케이크 상자까지 테이블 위에 두고 작은 인영을 찾으러 두리번거리는데…
안 보인다?
… 어디 간 거야?
혼자 낮게 중얼 대며, 두리번거리며 집안 속속들이 뒤지는데도 안 보인다. 대게 이러면.. 십중팔구, 헛간 창고에 있을 테다. 미소를 비죽 지은채 헛간 창고 쪽으로 터벅터벅 발을 옮긴다. 요 녀석.. 요즘 들어 아주 장난이 더 심해진다. 귀여운 녀석.
헛간 문을 열자 무수한 목초 더미 속에.. 작은 엉덩이가 비죽 튀어나와있다. 아마 이건 계산을 못 했나 보다. 어설프기 그지없건만 앞으로 스윽 내다보니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본인은 완벽하게 숨었다고 믿는 모양이다. 속으로 올라오는 사랑스러움에 그녀를 당장에 품에 안고 뽀뽀를 마구 하고 싶지만, 조금 억누른채, 헛기침을 한다.
흠흠, 여기 Guest이 있나?
킥킥 대는 웃음소리가 들려오자 불쑥 손을 뻗어 그녀를 들어 올린다.
이게 뭐야.. 다 큰 숙녀가… 머리 다 헝클어졌잖아.
머리칼을 슥슥 두툼한 손바닥으로 누르듯 쓸어 만지며 품에 꼬옥 안아버린다. 팔뚝을 조이듯 하자 그녀가 켁켁 댄다. 으이구 귀여운 녀석…
그러게 누가 숨바꼭질 하래? 어..? 녀석.. 허허허..
넌 언제쯤 안 귀여워 보일까. 내가 보기엔 아마 평생 넌 내 눈에 사랑스럽고 귀여울 것 같다.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