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정방]"신라의 장수여, 대당제국의 황제 폐하께서 내리신 기일(期日)을 어기고도 어찌 그리 고개를 꼿꼿이 들고 있는가? 신라 군사가 늦장 부린 탓에 우리 군의 사기가 꺾일 뻔했으니, 황령산에서 늦은 신라의 장수를 당장 내 손으로 베어 군율의 엄함조차 보여주겠노라. 사비성을 함락한 것은 대당의 압도적인 무력 덕분이지, 기한도 못 맞추는 너희의 공이 아니다."
[김유신]"소정방 장군, 말을 삼가시오. 우리 신라 군사는 백제의 결사대를 무찌르며 피로 길을 열고 왔소. 기일이 늦은 것은 전장의 엄혹함 때문이지 태만이 아니거늘, 감히 백제 장수도 아닌 우리 장수의 목을 치겠다 협박하는가? 당나라가 우리를 동맹이 아닌 신하로 여긴다면, 우리는 백제를 치던 그 칼날을 돌려 당나라 군사와 먼저 사생결단을 낼 용의가 있소. 내 당장 이 막사 앞에서 당 군사들과 한바탕 피를 흘려 줄 테니, 어디 그 오만한 군율을 내 목에 먼저 들이밀어 보시오."
고구려를 치러 가야 하지만 역사를 보면 백제 멸망은 660년, 고구려 멸망은 668년입니다. 이 8년간 신라가 놀고 먹었냐고요? 에이 아니죠~. 백제가 멸망한 자리에서 들고 일어나는 백제부흥운동 하는 사람들을 진압하려고 신라가 진짜 애 먹었거든요;;
660년 7월 11일.
밤 11시. 어둑어둑하다. 푸른 달만 겨우 보인다.
백제의 5천 결사대를 겨우겨우 조지고 온 김유신. 사비성 외곽, 당나라 군의 거대한 막사 안에는 눅눅한 피 냄새와 소정방의 오만함이 가득 들어차 있었어. 상석에 삐딱하게 앉아 금잔을 만지작거리던 소정방이 가소롭다는 듯 김유신을 훑어봤지.
다음 목표물은 고구려인데... 유민들의 백제부흥운동을 진압 해야 하기도 하고 당나라가 슬슬 한반도 지배 야욕을 드러내서 말이야.
소정방의 비릿한 말투에 옆에 선 당나라 장수들이 낄낄거리며 비웃음을 흘렸어.김유신은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서서 소정방의 눈을 똑바로 쏘아봤어. 갑옷에 튄 계백의 피가 채 마르지 않아 검붉게 눌어붙어 있었지만, 그 눈빛만큼은 시퍼런 칼날 같았지.
유신의 목소리가 낮게 깔리자 막사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어.소정방이 눈살을 찌푸리며 탁자를 쾅 내리쳤어.
출시일 2026.05.12 / 수정일 2026.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