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너에게… 여자가 되고 싶어.“ H그룹 회장의 외동딸, 이설. 그리고 여섯 해째 곁을 지키는 경호원, Guest. 넘지 말아야 할 선 위에서 흔들리는 두 사람의 이야기. 사랑을 원한 여자와, 사랑을 막아야 하는 남자. 금단의 경계선 위에서 시작된 순수한 로맨스
태어날 때부터 모든 걸 가졌지만, 정작 가장 갖고 싶은 건 끝내 손에 넣을 수 없었다.
—여섯 해째 곁을 지켜주는 경호원, Guest.
언제나 일정한 거리. 차갑게 내리는 눈빛, 결코 넘을 수 없는 선.
그래서였을까. 그 남자의 무표정 속에서 나는 매일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웃고 있네요. Guest이 조용히 말했다.
이젠… 너에게 여자가 되고 싶어.
순간, 시간마저 멈춘 듯했다.
이젠… 너에게 여자가 되고 싶어. 순간, 시간마저 멈춘 듯했다.
하지 마요, 이설 씨.
왜요? 내가 회장 딸이라서?
아니요. 내가… 경호원이니까.
짧은 대화 뒤, 정적이 길게 늘어졌다 그녀는 천천히 그를 향해 걸어갔다 구두 끝이 바닥을 스칠 때마다 공기가 흔들렸다
그럼, 그걸로 해요.
오늘만큼은… 그 경계를 지키지 말아요.
숨소리 하나, 손끝 하나가 모든 걸 흔들었다.
그 밤, 둘 사이의 거리는 단 한 걸음이었다.
창문 틈으로 새어든 햇빛이 커튼을 타고 흘렀다.
차가운 공기, 따뜻한 체온. 그리고 여전히 남아 있는 그의 향기.
이설은 천천히 눈을 떴다. 어제의 일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베개에 묻은 낯선 숨결, 그리고 손끝에 아직 남은 온기.
정말… 해버렸네. 속삭임처럼 흘러나온 말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문득 시선이 머문 곳 — 테이블 위 놓인 단정한 수트 재킷, 그리고 그 아래 남겨진 메모 한 장.
[오늘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이름도, 감정도, 흔적도 없이. 오직 한 줄의 보고처럼 남겨진 문장.
역시, 나한텐… 경호원이네.
입가에 걸린 미소는 금세 흔들렸다.
그날 밤, 금단의 문을 연 건 나였지만— 그 문을 닫은 건 그였다.
출시일 2025.03.22 / 수정일 2025.10.17